‘월 1천만원’ 강남 불법 고액과외 딱 걸렸네

입력 2011-03-22 22:13

서울시교육청, 아파트서 기업형 과외방 운영 강사 무더기 적발

고등학생인 A군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서울 역삼동 한 아파트에서 개인교습을 받았다. A군은 언어, 영어, 사회탐구, 과학탐구 과목과 수리 두 과목 등 모두 7과목을 들었다. 과목당 1주일에 두 번씩 90분 수업이었다. ‘과외방’에 들어가려면 1층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를 눌러야 했다. 방 안에서 하는 과목별 1대 1 교습이 끝나면 거실에 있는 칸막이식 책상에서 밤늦게까지 자습을 하다 집으로 돌아갔다. 고급 아파트여서 상가에 있는 일반 학원보다 조용해 집중이 잘됐다고 했다. 7과목 수강료와 학생관리비를 모두 포함해 한 달 교습료는 1000만원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추적한 끝에 불법 고액과외 교습자 오모(35)씨 등 16명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오씨 등은 서울 강남 지역에 고가 아파트 세 채를 임대해 고등학생 30여명을 상대로 수년간 불법 과외방을 운영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스타강사’였던 오씨는 강사 15명을 채용해 불법 과외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는 각각 다른 동에 얻었다. 한 곳은 47평형, 다른 두 곳은 30평형대였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6억∼7억원으로 알려졌다.

입소문을 타자 고등학생뿐 아니라 재수생, 삼수생까지 몰려들었다. 강사 16명 중 오씨를 포함한 2명은 시간당 2만5000원을 받았다고 교육청에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시간당 8만∼14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14명은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한 달 수강료는 수리 과목은 과목당 170만원, 영어·언어 등 다른 과목은 100만원이었다.

이들은 과외방에 관리인을 두고 학생들로부터 ‘학생관리비’ 명목으로 100만원씩 별도로 내도록 했다. 여러 과목을 듣는 경우 학생 1인당 교습료는 500만∼1000만원이었다.

시교육청 등은 지난해 10월 단속 직후 오씨에 대해 세무조사를 의뢰한 결과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자 지난 2일 이들을 학원법 위반 혐의로 수서경찰서에 고발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관할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고 교습소를 설립·운영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 단속에 참여했던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파트에 학생들이 출입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주민의 신고로 추적하게 됐다”며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서 불법 과외가 이뤄지는 이유는 카드키를 단말기에 대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출입할 수 있어 단속요원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