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적나라한 폭로… “정운찬 겉으로 고상할뿐 도덕성 제로”
입력 2011-03-23 09:44
에세이 ‘4001’ 실명 폭로… 정치권 피폭
신정아씨는 자전 에세이 ‘4001’에서 과거 자신이 만났던 인물들과의 사연을 실명으로 털어놨다.
2005년 서울대 미술관장직 제의와 관련해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을 거론하며 “언론에 비춰진 모습과 크게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 전 총장이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자신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이 자신을 밤늦은 시간에 호텔 술집으로 불러내거나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고 썼다.
“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낮에는 너무 바빠 저녁식사 후에나 가능하니 그 시간에 만나자는 것이었다. 만나자는 장소는 대개 P호텔에 있는 바였다. 정 총장은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 정 총장은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신씨는 “서울대 총장이란 이 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는 자리”라며 “정 총장은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도 주장했다.
신씨는 또 정치인 C씨가 일간지 기자로 근무할 당시 자신을 술자리와 택시 안에서 성추행했었다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잘 봐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물었다며 노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관련된 일화도 있다. 2000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니스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대우 사태로 몸을 피했던 김 전 회장과 우연히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내용이다.
“회장님은 나에게 당신 옆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회장님의 딸과도 잘 안다고 말씀드렸더니 당신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호텔에 들어왔더니 회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묵고 있는 집 주소를 불러주며 저녁이나 먹자고 했다.”
책에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사연도 상세히 적혀 있다. 신씨는 “똥아저씨(변 전 실장을 가리킴)는 오랜 시간을 친구로, 연인으로, 선배로, 아빠로 있어 주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력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과 관련,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원고를 6개월에 걸쳐 꼼꼼하게 검토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회견장에는 변호사가 동석했다.
신씨는 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분명 세상의 시선으로 볼 때엔 제가 지혜롭지 못한 면이 있다”면서도 “(아픈 기억들이) 저와 그분의 앞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해 “결과적으로 제 잘못으로 남겠지만 저는 의도적으로 학위를 위조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신씨는 이어 “성 로비설까지 불거지면서 저는 여자로서, 사회인으로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의 한 측근은 신씨의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 책을 팔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을 세게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이 신씨를 미술관장이나 교수로 임용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대 임용 시스템을 보면 해당 과에서 교수 임용 여부를 결정한다. 총장이 관여할 권한이 없다. 이것만 봐도 신씨의 주장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인 C씨도 “신씨가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책의 내용이 공개된 뒤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신씨를 격려하는 글도 있었지만 신씨와 출판사가 상업적 목적에서 선정적인 면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됐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