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김호철 감독 vs 신치용 감독, “챔프전엔 내가 간다”
입력 2011-03-22 18:16
“경수야, 잘해라.”
지난 14일 2010∼2011 프로배구 남자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가 끝날 무렵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옆 테이블에 앉았던 이경수(LIG손해보험)를 향해 격려성 농담을 던졌다. 삼성화재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열심히 해서 삼성화재를 꺾어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결과적으로 LIG손보가 삼성화재를 꺾지는 못했지만 삼성화재가 껄끄럽기만 한 김 감독의 속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었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23일부터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놓고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갖는다. 2005년부터 시작된 프로배구에서 양 팀은 매년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다. 올해는 대한항공에 1위를 내주고 플레이오프에서 만나지만 전쟁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라이벌전은 매번 한국 배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그간 6차례 챔프전에서 삼성화재가 4번, 현대캐피탈이 2번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삼성화재가 28승 14패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한 상대 전적에서도 삼성화재가 43승 25패로 앞섰다. 올 시즌 상대 전적도 4승1패로 삼성화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 전적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단기전이라는 점과 치열한 라이벌의식이 주는 중압감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캐피탈은 거포 문성민이 2라운드부터 출전한데다 용병 소토도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빈을 빼면 지난해 양 팀의 주포와 세터가 바뀐 점도 변수다.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가 LIG손보와 3차전까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체력을 비축하며 느긋이 결전의 시간을 기다려 왔다. 삼성화재로서는 현대캐피탈만 만나면 펄펄 나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주포 문성민에 맞서 가빈이 6차례, 조승목과 고희진은 각각 4차례씩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등 현대캐피탈에 특히 강했다.
56세 동갑나기인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과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오랜 우정도 라이벌전이 벌어지는 동안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그보다 삼성화재로 팀을 옮긴 박철우와 현대캐피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세터 최태웅이 친정팀을 향해 겨눌 비수가 더욱 관심거리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