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청와대에 긴 사직서 냈다”… “그쪽서 반응 보여야”

입력 2011-03-22 22:32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22일 자신의 거취에 대한 논란과 관련, “(청와대에) 긴 사직서를 냈다”며 “그쪽(청와대)에서 리스폰스(반응)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편지에서 동반성장에 대한 소신과 그동안의 논란 경위를 설명했으며, 자신의 취지가 잘못 해석되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밤 정 위원장 편지가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며 “그러나 청와대 입장은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 문제를 흔들림 없이 계속해 나가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편지를 읽고 ‘계속 동반성장위를 맡아 달라’는 뜻을 정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정 위원장이 계속 위원장을 맡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 위원장은 ‘일단 사표를 냈으니 그에 대한 답을 달라’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사의를 받아들이든지, 자신을 보다 확실하게 지원해 달라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이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이 유임되더라도 초과이익공유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와 한나라당, 재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고 청와대 정책라인의 일부 고위인사도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잘못된 화두를 던졌으면 이를 거둬들여야 하는데, 억지를 부리면서 어린애들이 부모에게 고자질하듯 대통령에게 떼를 쓰는 모습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사의 표명과 함께 23일 예정됐던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초청 특강을 취소했다. 그러나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리는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행사에는 이 단체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정아씨의 ‘폭로’도 정 위원장의 심경과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도영 김나래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