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유시민, 손은 잡았지만… 김해을 단일화 구체적 언급 없어
입력 2011-03-22 18:13
“신수가 아주 좋으시다. 전당대회 치르느라 고생하셨다. 국민적 기대가 크다.”(민주당 손학규 대표)
“확실히 얼굴이 좋아지셨다. 카메라 마사지를 자주 받으시니 그런가보다.”(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야권의 ‘잠룡’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가 22일 얼굴을 마주했다.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손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다.
4·27 경남 김해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양측이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는 와중이었으나 이날은 단합을 외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사람은 비공개 면담을 포함해 30분간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정권교체를 위한 서로의 역할에 관해 논의했다고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전했다.
손 대표는 비공개 면담에서 이탈리아의 조각가 미켈란젤로에 관한 일화를 꺼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걸작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미켈란젤로는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 군더더기를 털어내는 것이 걸작의 방법’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며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그 생각 하나면 못 이룰 게 없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포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가 군더더기를 털어 걸작을 만들어냈듯이 양당이 뒤엉킨 서로의 이해관계를 털어내고, 정권교체를 달성할 걸작 야권연대를 이뤄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유 대표는 “우리의 말이 조금 선명하고 날카롭더라도 결국 민주당의 선택이 전체의 판을 주도한다”면서 “손 대표께서 넓은 가슴으로 포용해 주신다면 저희가 가진 장점을 살려서 열심히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면담을 끝내면서 유 대표는 손 대표에게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라고 했고, 손 대표는 “죄송하긴, 내가 미안하지”라며 서로 포옹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최대 현안인 김해을 후보 단일화 문제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차 대변인이 밝혔다.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덕담은 주고받았으나,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는 숙제로 남은 셈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