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2013년 12월 65층 복합단지 우뚝… 브릭스 공략 디딤돌로

입력 2011-03-22 21:54


(11) 베트남 하노이에 최대 규모 점포 세우는 롯데백화점

쉴새 없이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울리는 곳. 길거리에서 이발하는 사람과 아이폰을 파는 애플숍이 공존하는 곳. 아직은 가난하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도시 베트남 하노이에 2013년 롯데백화점이 들어선다. 베트남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만들기 위한 공사 현장을 지난달 23일 방문했다.

◇하노이의 상징이 되기 위한 첫걸음=“2013년 12월 하노이가 달라질 것입니다.” 롯데백화점 구수회 베트남사업 부문장을 비롯해 하노이에서 근무하는 롯데 직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연면적 24만7078㎡, 지하 5층∼지상 65층으로 이뤄진 대규모 복합단지 ‘롯데센터 하노이’의 완공 시기가 2013년 말로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여성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형상화한 롯데센터는 하노이의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센터 공사현장은 활기가 넘쳤다. 지난달 단 하루도 맑은 날이 없었지만 공사현장 분위기만큼은 ‘맑음’이었다. 베트남 대형 건물 가운데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 곳은 롯데센터가 유일하다. 베트남의 붉은 토양은 튼튼한 지반이 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특화된 공법으로 안전하게 지하층을 다지고 있었다.

현장 감독인 김명국 롯데건설 이사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하루 24시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아직은 기초공사 단계지만 2013년 말에는 베트남에서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베트남 현지인 직원들과도 협력 관계를 잘 이루고 있다고 자평한다. 처음엔 24시간 공사를 위해 빡빡한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 거부감을 느꼈던 현지 직원들도 이제는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한다.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은 롯데센터 지상 1∼5층에 들어선다. 연면적 6만819㎡, 영업면적 2만4343㎡로 하노이 백화점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하노이점은 부유층이 주로 사는 신도시와 패션 거리가 형성돼 있는 상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고객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위치다. 롯데센터가 사무실과 호텔로도 쓰일 예정이라 이곳 입주자들도 하노이점의 주 고객층으로 꼽힌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롯데센터 하노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직접 하노이 공사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브릭스(VRICs)’ 공략의 디딤돌”=신 회장은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브릭스’를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브릭스(BRICs)가 아니라 브릭스(VRICs)다. 브라질(Brazil)과 인도(India)가 빠지고 베트남(Vietnam)과 인도네시아(Indonesia)가 들어갔다. 두 나라는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빠른 성장 가능성으로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특히 베트남을 브릭스 공략의 디딤돌로 보고 있다. 베트남은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이 70조원대로 아직 저개발국 수준이다. 하지만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5.3%로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소매시장의 성장 속도는 주목할 만하다. 2001년 소매시장 규모가 136억 달러에 불과했던 베트남은 2007년 403억 달러, 지난해 780억 달러로 10년 동안 6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많은 인구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베트남 인구는 2009년 기준 8616만명. 이 가운데 30대가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만큼 젊은 나라다. 아직 베트남 유통 시장에서 백화점과 쇼핑센터의 점유율은 1.6%밖에 안 되지만 구매력 있는 젊은층의 증가로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트남 시장에도 넘어야 할 벽은 많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라는 기본 환경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부패한 관리들이 많다는 점이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베트남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평가다.

롯데센터 하노이 김석균 재무기획 팀장은 “사회주의 체제 아래 있는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베트남의 놀라운 점”이라며 “하노이에서 7개월 남짓 생활하는 동안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베트남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