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개봉 ‘수영장’… 집 나간 엄마, 자유로워 보입니다
입력 2011-03-22 18:02
열대의 식물이 가득한 정원, 넓은 수영장, 어느 방향에서든 바람이 들어오는 부엌, 평온한 일상. 사요의 엄마 교코가 사는 태국 치앙마이의 게스트하우스는 누구나 한번쯤 꿈꿀 법한 낙원 그 자체다. 자기를 버리고 떠난 엄마를 4년 만에 찾아간 사요는 즐겁고 활발한 엄마의 삶이 낯설고 거북하다. 피가 섞인 가족들을 버리고 자유를 찾은 엄마를 딸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31일 개봉하는 일본 영화 ‘수영장’ 이야기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이 나 아닌 내 주변 사람이라면 어떨까. 더구나 엄마라면. 영화는 의무보다 자유를 택한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으로 삶의 자유를 그려낸다. 할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와 오랜만에 재회했지만, 엄마는 딸을 반가워할지언정 그녀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조차 없다. 엄마는 게스트하우스 일을 돕는 청년 이치오, 주인 기쿠코 아주머니, 버려진 소년 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건 가족이나 마찬가지지 않은가! 사요는 자신을 버린 엄마가 버려진 고아 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4년 전 교코가 사요와 시어머니를 버리고 태국에 정착하게 된 자세한 사연은 영화에 나와 있지 않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혼자서 집을 나온 엄마의 현재 모습이 그려질 뿐이다. 그러나 자식의 입장에선, 희생을 택하지 않은 엄마의 행복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엄마의 선택은 딸에게 오랫동안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엄마는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바로 떠나버려요. 그것도 아주 즐겁게.” 이렇게 토로하는 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하는” 일상의 행복을 말한다.
누구나 원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원하는 대로 산다. 인간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두 가지 방식이다. 영화는 별다른 클라이맥스 없이 고요하게 흘러가며, 다른 인생을 살아왔던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공감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람 한점 없이 맑은 게스트하우스만큼이나 잔잔한 풍경이지만, 언제나 달콤하지만은 않은 자유의 뒷맛을 보여주듯 깊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모리 미카 감독 연출. 전체관람가.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