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신 초래하는 과잉 재난보도 피해야

입력 2011-03-22 17:51

동일본 대지진이 오늘로 발생 13일째다. 공식 사망·실종자가 2만명을 넘었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4호기 원자로 냉각장치도 파손돼 방사성 물질까지 배출되는 등 이번 재앙은 ‘지진·쓰나미·원전사고’라는 3중의 복합재해로 이어졌다.

당사자인 일본은 말할 나위 없고 세계가 경악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가장 먼저 구조대를 현지에 급파하는 등 일본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며 현재 종교·시민단체를 비롯해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의 재해복구 성금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 들리는 한국에 대한 반응은 썩 개운치 않다. 물론 조기 회복을 염원하는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어렵사리 그들의 느낌을 알아봤더니 이번 재해에 대한 한국 미디어의 보도 태도를 못마땅해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대학원에 유학한 적이 있다는 야마다 사다오(山田貞夫)씨는 한국의 9시 뉴스를 위성방송으로 즐겨보는데 이번 지진 이후 실망이 크다고 했다. “처음엔 뉴스시간의 7∼8할을 일본 재해 관련 보도에 할애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깊은 애정에 고마움을 느꼈지만 점차 뭔가 잘못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집 도로 자동차 등이 쓰나미에 빨려들어가는 가슴 아픈 영상이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아수라장과 같은 재해 현장의 모습과 이재민들의 표정을 전하는 르포가 주류를 이루는 뉴스를 보면서 사태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후쿠시마 대학의 사노 코지(佐野孝二) 교수의 경우는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한 한국 미디어의 보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부인이 한국인인 그는 원전 방사능 누출사태 이후 하루에도 수 없이 처가와 친지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어서 그곳을 떠나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한국의 미디어가 방사성 물질 누출 유무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것이 실제로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소홀히 보도한 탓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른바 침소봉대다.

도쿄 거주의 에노모토 유키코(?本征子)씨는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에서 “일본의 방사성 물질은 우리나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한 발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뒤집어보면 마치 현재 일본은 방사능으로 뒤범벅이 돼 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가 이어지다보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본열도 전체가 패닉 상태인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직접적인 지진·쓰나미 피해지역,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능 공포, 수도권의 전기 공급 불안 등을 빼면 전체적으론 평온하다.

나라마다 보도 관행, 아니 대형 사건에 대한 관심 등은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칫 과잉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선정적 보도로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이 이웃의 아픈 마음을 더욱 후벼파는 느낌을 준다면 자제해야 옳다. 미디어의 전달 책임, 그리고 실행의 어려움을 새롭게 다시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