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피격 1년, 우리는 달라졌는가
입력 2011-03-22 17:55
사흘 후면 천안함이 피격 침몰된 지 1년이 된다. 2010년 3월 26일 조국의 영해를 방비하던 젊은이 46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전시도 아닌데 북한의 어뢰 암습을 받아 속절없이 스러졌다. 철통같다던 국토방위에는 구멍이 뚫렸음이 드러났다. 그로부터 1년이 돼가는 지금 다시는 그런 치욕을 당하지 않을 만큼 우리는 달라졌는가? 천안함 사태가 던져준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천안함 사태와 더불어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 사회의 대북 안보의식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한반도 정전상황에 관한 엄중한 현실인식과 함께 북한이 앵무새처럼 되뇌어온 ‘우리 민족끼리’ 구호가 얼마나 허구인지, 햇볕정책에 근거한 남북 평화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분명히 깨닫게 됐다. 아울러 군의 방위태세도 서북도서 전력 보강 등 미래의 잠재적 위협보다 당면한 북한의 직접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바뀌었다. 비극 속에서 건져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 후 1년밖에 안 됐음에도 천안함 호국영령들의 희생과 교훈을 몰각(沒却)하는 듯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 우선 5·24 조치로 대표되는 정부의 견고한 대북 자세를 허물고 유연한 전략으로 수정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최근 북한이 전개하고 있는 일련의 대화 공세를 등에 업고 있다.
일본의 대지진을 기화로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비한 회의를 열자거나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건설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식의 대화 제스처를 무조건 마다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계개선 조건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도발 방지 확약 등을 내세웠지만 그런 건 덮어두고 북한과 대화부터 하자는 주장이다. 천안함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북한의 백두산 화산 폭발 대비 논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북한이 잇따라 대화 제스처를 보이는 저의는 분명하다. 일단 남북대화부터 재개함으로써 천안함 도발을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물론 백두산 폭발 대비나 북한 핵발전소 사고 대비 등 필요하다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천안함 도발을 덮고 가서는 결코 안 된다. 국제 조사로 북한 소행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천안함 피격 침몰을 없었던 일인 양 해서는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가 반드시 일어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뼈를 깎는 각오로 치욕을 씻겠다던 군의 대책 마련 및 단호한 대응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령 해군의 대잠수함 능력 강화를 위해 도입키로 했던 음향탐지 장비와 어뢰대항 장비는 1년이 지나도록 갖춰지지 않고 있다. 예산과 도입 절차 등의 문제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무장지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겠다던 계획도 북한의 조준사격 위협 이후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줘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앞서 천안함 사태 이후 보여준 군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8개월 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졌다. 연평도 사태 후에도 군은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했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나 계획보다 실천임을 군은 명념해야 한다.
우리 사회 내부의 친북세력 역시 여전하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우기던 세력은 아직도 이를 주장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반북 여론이 빗발치는 바람에 크게 떠드는 목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잠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릇된 이념이나 정치적 오판에 눈이 멀어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이 세력은 언제라도 다시 목소리를 높일 게 뻔하다. 국민은 이들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또 다른 천안함 사태를 획책하려는 북한의 유혹도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