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실제’ 어떤 변화 가져올까… 학생이 과목교실 찾아 이동 “자료 많아 수업 신나요”

입력 2011-03-22 17:43


경기도 안성여중 1학년 이혜원(13)양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교사가 교실을 찾아오던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해당과목 교실로 이동하는 ‘교과교실제’에 맞춰 수업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양은 1교시 음악교실, 2교시 수학교실, 3교시 체육교실 등 해당과목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고 있다.

이양은 지난 22일 “처음엔 이동이 힘들까 봐 걱정했지만 친구들과 같이 교실을 찾아가는 것도 재밌고 교실마다 과목에 맞는 기자재가 갖춰져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안성여중은 지난해 1학기부터 교과교실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빈 교실을 활용해 모든 과목마다 특성화된 교실 41개를 만들었다. 김광국(59) 교장은 “교과교실제 시행 이후 진단평가 등에서 학업성취도가 크게 향상됐다”며 “교실마다 교사가 배치돼 있으니 예전보다 학생 생활지도도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학급중심에서 교과중심으로=교육과학기술부는 2014년까지 교과교실제를 전국 모든 중·고교에 도입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교과교실제는 중·고교 학생이 과목별로 특성화된 교실로 이동하면서 수업을 듣는 것이다. 기존 학급중심 방식과는 180도 다른 수업 형태다.

교과교실제는 학교마다 5과목 이상 교과교실을 운영하는 ‘선진형(A형)’과 최소 2개 과목만 운영하는 ‘과목중점형(B형)’, 일부 교과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는 ‘수준별 이동수업형(C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신설학교는 전 과목에 교과교실제 적용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진다. 학생들은 ‘홈베이스’라는 곳에 설치된 사물함에 교재와 준비물을 보관했다가 각 과목 교실로 이동하기 전 이곳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챙겨 간다.

교과교실제는 학생과 교사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고 학생 수준에 따라 수준형·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 영어교실은 각종 시청각 자료를 구비하고 정보교실에는 컴퓨터를 배치하는 등 과목별로 특화된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교과부는 “학생은 자기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고 교사는 기자재 및 수업자료 확충이 용이해 창의적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교실제는 1995년 ‘5·31 교육개혁’ 당시부터 도입이 꾸준히 논의됐다. 그러나 예산,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이 여의치 않아 도입이 미뤄지다 2009년부터 시범 실시됐다.

◇교원수급, 생활지도 등은 과제=교과교실제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교과교실제 정착을 위해서는 선결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교원 수급 문제다. 교과교실제 도입과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려면 기간제 교사 채용을 확대해야 하고 결국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3월 기준 교과교실제 운영 학교의 ‘수준별 이동수업 강사 현황’에 따르면 전체 충원 강사 2616명 가운데 기간제 교사는 463명(17.7%)에 불과하다. 나머지 2153명(82.3%)은 시간강사다. 시간강사 무더기 채용은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교과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간제 교사 채용을 늘리고 실적이 우수한 교사는 정규교사 채용 때 우대하기로 했다.

유휴 교실 확보와 시설 신축도 필요하다. 교과교실제를 전면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교실이 필요하다. 교과부 배동인 창의경영학교지원팀장은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해 빈 교실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교과교실제 공간이 필요한 학교는 일부 증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반교실의 교과교실 전환을 위해서는 리모델링 비용 등의 예산 뒷받침도 필요하다.

학생 이동과 생활지도 역시 문제다. 교과교실제에 맞지 않는 대부분의 구형 건물은 학생의 동선이 길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학생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며 출결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점도 우려된다. 그러나 교과부는 교과교실제가 도입돼도 기존의 반과 담임교사가 있고 올해부터 진로진학 상담교사 1500명을 배치해 적절한 생활지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김진규 교육연구관은 “교과교실제 도입으로 교사가 교무실이 아닌 교과연구실에 분산돼 학생지도가 오히려 나아졌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