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 “식당서 내 이름 연호… 화끈한 부산 팬들에 감동”
입력 2011-03-22 17:22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이다. 남성다운 화끈한 공격야구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만 관중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야구에 목말라있는 부산 팬들은 시범경기 때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고 있다. 지난 13일 사직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에는 1만9102명의 관중이 몰려들어 시범경기 ‘비공식’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성적만 놓고 보면 이같은 팬들의 기대에 못미친다. 롯데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매번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롯데는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해임하고 양승호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혔다.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양 감독은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고려대 감독에서 일약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의 수장에 앉은 양 감독은 “벌써부터 팬들의 사랑에 큰 감동을 받고 있다”면서 “공격력과 함께 수비를 강화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고 인기 구단의 수장에 올랐다. 감회가 어떻나.
“지금 전투를 앞두고 있다. 명문팀 감독으로 책임감을 느낀다. 팬들과 구단이 플레이오프 진출보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인기 구단 감독이라는 것을 실감하는가.
“팬들이 처음에는 내가 생소해 서먹했지만 요즘 많이 격려해준다. 올 초 구장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양승호를 연호하더라. 그러면서 팬들이 나를 향해 롯데 감독이 아닌 ‘우리 감독’이라고 부르더라. 순간 전율을 느꼈다. 어느 팀 감독이 그런 호칭을 받겠는가. 너무 과분한 사랑을 벌써부터 받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팀이 경기에서 이길 때는 격려를 해주고 지면 따가운 질책을 내린다. 소신껏 하겠다.”
-양승호식 야구는 무엇인가.
“양승호식 야구는 없다. 그래도 말한다면 선수와 감독, 코칭스태프가 삼위일체가 돼 이기는 야구를 하는 것이다. 아직 한 게임도 치르지 않았지만 이기는 야구를 하려고 한다.”
-롯데의 팀 컬러는 공격야구다. 올해는 어떻게 되나.
“3년 연속 타격 1위였다. 하지만 이제 떨어질 때가 됐다. 중요한 것은 이대호, 홍성흔, 조성환은 항상 3할을 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황재균, 전준우, 손아섭 등의 타격이 올라가면 비슷하게 될 것이다. 작년 만큼만 해준다면 좋긴 하다. 팀 타율 2할8푼이라는 게 대단한 수치다. 그런데 공격력은 믿을 게 못된다. 공격으로는 우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선 수비와 백업 요원이 강해야 한다. 크게 지고있는데 홈런을 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수비수가 다이빙캐치 하는 것. 이것이 홈런보다 값지다고 나는 생각한다. 수비가 더 강해야만 팀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
-롯데가 공격력에 비해 수비와 투수력이 약하다는 말이 많다.
“지난해 11월1일 감독으로 부임해서 수비력과 투수력에 비중을 뒀다. 수비쪽은 윤곽이 나왔다. 백업 요원도 올라왔다. 투수들은 게임에 들어가봐야 안다. 시범경기에서는 우리 투수가 어떤 상황에 맞는지 시험가동 하고있다. 하지만 선발 투수진은 윤곽이 나왔다. 필승조와 마무리는 4월까지 가다듬겠다. 마무리 후보 중 고원준은 배짱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리고 경험이 적다. 당분간 셋업맨(중간 계투)으로 쓰고 키우겠다. 이후 여유가 있을 때 실전 감각을 키우게 한 뒤 8∼9회를 틀어막는 선수로 만들겠다. 그 때까지는 마무리를 김사율, 강영식과 함께 운영할 것이다.
-연봉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대호의 상태는.
“너무 확대해석한 면이 있다. 이대호는 KBO가 연봉조정신청 결정을 한 그날 하루만 기분이 안좋았을 뿐이다. 이대호는 안 좋은 일을 계속 마음에 두는 선수가 아니다. 자신보다도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도 이대호는 덕아웃에서 파이팅과 박수를 치며 다른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리더 역할을 아주 잘 해주고 있다.”
-홍성흔을 지명타자에서 외야수로 돌린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홍성흔이 외야수를 해야 팀의 공격력이 극대화된다. 이대호가 지명타자로 가게되면 홍성흔은 외야수로 가야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강민호 문제다. 강민호가 팔꿈치 수술을 했다. 아무래도 모든 경기에 포수로 나설 수 없고 지명타자로 돌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 점도 염두에 뒀다. 홍성흔은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 외야수로 출전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외야로 간 홍성흔에게 나이스 플레이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자기 앞에 오는 공만 처리해주면 된다.”
-우승을 위해 경계하는 팀이 있다면.
“아무래도 SK, 삼성, 두산, KIA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 중 SK와 두산은 우승후보라고 생각한다. 우승하기에 앞서 4강을 통과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는 나머지 팀인 삼성과 KIA를 넘어야 한다. 두 팀과의 경기에서는 반타작은 해야한다. 현재의 목표는 페넌트레이스(정규리그) 2위다. 그리고 나서 포스트시즌에서 우승에 도전하겠다.”
-부산 연고인 KT가 프로농구에서 우승했다.
“KT 전창진 감독과는 고려대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전 감독이 선수가 약한 팀을 이끌고 정말 열심히 했다. 아직 그쪽에 플레이오프가 남아있어서 만나지는 못했고 축하한다는 메시지만 전달했다. 조만간 만날 것이다. 만나서 전 감독 기를 뺏어서 부산 야구와 농구가 동반 우승할 수 있게끔 하겠다.”
-주목할 선수를 소개해달라.
“용병 중에선 브라이언 코리가 생각보다 좋다. 그리고 김사율과 임경완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손민한도 의외로 좋다. 부상 때문에 일본 전지훈련에도 못 데리고 갔는데 본인이 한국에서 열심히 준비했다. 손민한이 5월말이나 6월초 쯤 중추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다.
-팬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전임 감독님은 훌륭한 분이었다. 정말 공격력을 강화했다. 나는 보완해서 업그레이드만 시키면 된다. 로이스터 감독이 좋은 분이지만 중요한 것은 선수, 코칭스탭들과 언어소통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선수, 코칭스태프와 더 많은 대화를 가지겠다. 내가 어떤 성적을 내야하는 지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선수, 코칭스태프, 내가 삼위일체가 돼 죽을 각오로 하겠다. 올시즌이 끝났을 때 부산 팬들이랑 축배를 같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실천하겠다. 가을에 단편으로 끝나는 축제가 아니고, 장기 방영하는 장편 축제를 만들겠다.”
부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