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청년들 일본위한 중보기도 뜨거운 현장… “재난의 고통서 자유를”

입력 2011-03-22 20:59


서울 신사동 압구정 로데오거리. 이곳은 명품 매장이 즐비한 패션거리로 카페와 클럽이 빽빽하게 들어선 젊음의 공간이다. 지난 19일 오후 7시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클럽 L’로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토요일 저녁 젊음을 불태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진으로 공황에 빠진 일본열도를 위해 중보기도하기 위해서다.

지하공간으로 들어서자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장과 바닥은 물론 사면이 온통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조명이라고 해봐야 조그만 주황색 스탠드와 무대조명이 전부였다. 바닥에 켜진 촛불이나 특수효과를 위한 뿌연 연기를 보며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여기가 기도하는 자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찬양팀이 찬양을 시작했다. 랩과 레게 찬양이었다. “일본 땅이 지진과 쓰나미로 불안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슬픔과 좌절감이 그 땅에 가득 차 있지만 오늘 예배를 통해 그 땅에 자유를 선포합시다!”

“예∼예∼예∼ 나는 밥을 먹을 때도 주님을 찬양해∼” 찬양을 부르는 여자 청년이 뒤뚱거리면서 레게풍의 CCM을 불렀다. 찬양의 절정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탤런트 양동근씨의 속사포 같은 랩이었다. DJ가 손으로 음반을 돌리며 믹싱을 하자 양씨가 “예수 죽음 내 죽음 예수 부활 내 부활”을 외쳤다. 빠른 비트와 강렬한 외침이 있는 ‘블랙 가스펠’이었다.

설교자로 나선 다키모토 준(일본 신시로교회) 목사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속에 숨어 있는 영적인 의미와 일본 복음화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다키모토 목사는 “성경적으로 볼 때 지진은 하나님의 임재라는 뜻이 주류를 이룬다”면서 “일본은 하나님을 떠난 나라이기 때문에 성경적으로 심판이라는 영적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아파온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내재돼 있는 조상숭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다키모토 목사는 “일본인들의 과도한 우상숭배는 결국 가족중심의 지나친 조상숭배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메시지가 끝나자 50여명의 청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고 일본을 위해 기도하고 잘못 받아들여진 조상숭배의 허물을 회개했다. 박윤영(31·여)씨는 “일본이 이웃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땅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회개했다”면서 “지진에 담긴 영적 의미를 이번 기도회에서 깨닫게 됐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더욱 기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004년 한국에 온 일본인 가스이케 미츠요(38·여)씨도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위해 성금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큰 위로를 받고 있다”면서 “많은 일본인이 대지진을 계기로 하나님께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도 행사를 준비한 라이트하우스 아츠컴퍼니의 차지용 대표는 “일본의 재난 앞에 한국교회가 기도해야 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이 긴밀히 연결돼 있고 회개의 메시지가 숨어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론 기도회뿐만 아니라 현지 사역팀과 구호팀 파견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