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200조원 황금시장 잡아라” 금융사들 사활 걸었다
입력 2011-03-22 17:25
금융권의 퇴직연금시장을 선점하려는 유치 열기가 뜨겁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태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 고령화시대가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은행과 보험사뿐만 아니라 후발주자로 증권사까지 합류해 가입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 재직기간 중 퇴직금 지급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금융기관은 이를 기업이나 근로자의 요구에 따라 운용해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8년 11월 5조원, 2009년 11월 10조원, 지난해 10월 2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 1월 30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숫자는 해가 갈수록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장규모가 40∼50조원에 이르고 2020년이 되면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이처럼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임이 분명한데다 미래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어 금융회사들은 시장선점을 위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1월 말 현재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은 9만5853개로 전체 사업장의 6.7%, 근로자 수로 따지면 27.8%에 불과하다. 고령화 등에 따른 금융 자산의 비중 증가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근거가 된다.
또한 퇴직연금 운용 및 자산관리 기관의 수수료가 최대 1% 수준을 밑돌기 때문에 충분히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시장이다.
올 1월말 현재 은행 16개사, 보험 22개사(생명보험 14개사, 손해보험 8개사), 증권 17개사, 근로복지공단 등 총 56개사가 퇴직연금서비스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권역별 시장점유율은 은행(48.5%), 보험(34%), 증권(17.5%) 순으로 최근 은행과 보험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의 경우 적립금이 2009년말 6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7000억원 가량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증권은 1조7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3조원 넘게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DB)형이 21조 8898억원으로 72.1%, 확정기여(DC)형이 5조3143억원, 17.5%다.
퇴직연금 시장은 현재까지 안정성을 중시하는 단기적인 원리금 보장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이 때문에 은행권이 유리한 점이 있지만 최근 다른 금융권들의 고객 확보경쟁도 치열해졌다. 증권사는 DC형 및 실적배당형 상품 중심의 운용에 초점을 맞춰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보험사 역시 장기적 운용 노하우를 기반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