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생 또 숨진 채 발견… 블로그에 “우울하고 힘들다”

입력 2011-03-21 19:08

전문계고 출신 카이스트(KAIST) 학생이 성적부진 등을 이유로 자살한 지 두 달여 만에 과학고 출신의 이 학교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6시35분쯤 수원시 모 아파트 앞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카이스트 2학년생 김모(19·휴학)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119에 신고했다. 이 행인은 경찰 조사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 보니 화단에 김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방 안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A4용지에 작성한 짤막한 유서 1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부모님에게 죄송하다. 동생한테 미안하다. 쓰던 물건은 동생한테 주세요’라는 10여줄 분량의 내용과 함께 김씨 자필로 보이는 서명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는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거나 누구를 원망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블로그에는 “우울하다. (중략) 힘들다. (후략)”는 글이 19일 오후 8시47분 마지막으로 올라와 있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카이스트에 입학한 김씨는 지난 16일 돌연 휴학했다.

학교 측은 일단 성적을 비관하거나 과도한 경쟁에서 뒤처진 데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평점 3.0 미만이면 수업료가 부과되는데 김씨는 수업료 부과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로봇박사’로 불리다가 지난해 학교장 추천 전형을 통해 입학한 전문계고 출신의 조모(19·1학년)씨가 저조한 성적과 여자친구와의 헤어짐 등을 괴로워하다 지난 1월 8일 카이스트 건물 보일러실 앞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