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사의 번복… 與 갈등 부른 ‘鄭 파문’ 봉합되나

입력 2011-03-22 01:35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정부와 여권의 잇따른 비판에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21일 “사퇴보다 동반성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 의사를 번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위원장은 동반성장위원회 정기총회 전후 기자들과 만나 “장벽은 많지만 동반성장 문제를 풀지 않으면 사회통합도 어렵고 지속적 장기성장도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동반성장은 지난해 봄에 직접 발제한 주제이고 애착을 갖고 있는데 아직 분위기가 정착이 안 됐고 장벽이 많다”며 “(입시제도 등으로 서울대 총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얼마나 싸웠냐. 그때도 잘 견뎠다”며 동반성장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퇴까지 언급하며 배수진을 쳤던 정 위원장 입장이 다소 누그러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뜻은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을 책임지고 이끌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 위원장을 여전히 신임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

히 박형준 사회특보와 정진석 정무수석 등이 청와대에 대한 정 위원장의 오해를 푸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동반성장, 이익이 예상보다 많이 생기면 중소기업에 기술개발비도 좀 지원해주고 중소기업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정 위원장의 이익공유제를 옹호했다. 이 장관은 특히 초과이익공유제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무슨 교과서에 없느니 자제해 달라느니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참 알 수 없다”며 “듣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18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위해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 거칠게 비판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최중경 장관이 그 자리에 있는 한 내가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당혹스러움과 불쾌감을 표시했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정 위원장이 이념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청와대와 교감 없이 꺼낸 것은 다소 미숙한 측면이 있지만, 공정사회 구현을 국정지표로 삼은 마당에 동반성장위를 관할하고 있는 장관이 여러 차례 반발하는 모습도 지나쳤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초과이익공유제에 강하게 반발했던 최 장관과 한나라당 지도부에 관련 발언을 자제하라는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 전 총리의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수습되는 형국이지만, 이번 논란이 여권 내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여권에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또 정 위원장이 “세상일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일단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사퇴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긴 데다 여권 내부에는 정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 제고를 위해 일종의 시위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여전해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특히 홍준표 최고위원은 정 전 총리가 사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응석’을 그만두고 어른답게 행동해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홍 최고위원은 “정 전 총리가 이익공유제라는 잘못 설정된 개념과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와 정부 전체와 전쟁하고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