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격] “민주화 불길 안방 번질라” 당혹스런 아랍연맹
입력 2011-03-21 21:45
다국적군의 전격적인 리비아 공습에 아랍연맹(AL)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AL은 지난 12일 유엔에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촉구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대규모 유혈참극으로 이웃 국가의 신뢰를 잃었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제재가 아니라 전격 공습이었다. 카타르 등 일부 국가는 다국적군에 동참하면서 AL의 ‘군사행동 반대’ 방침과 엇박자까지 냈다.
AL이 다국적군의 리비아 군사 개입에 반발하는 이유로 민주화 바람 확산에 대한 우려를 꼽을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지난 20일 “예멘과 시리아 등 당장 정권 퇴진 요구에 직면한 아랍국가로서는 정권에 대항하는 반군을 외세가 돕는 이번 작전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랍권은 또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 등이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이미 경험했다. 서방의 군사적 개입이 아랍권에서 극단주의를 키웠던 모습을 지켜봤다. 이라크전 착수 당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알카에다 등 테러리즘 근절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WMD는 발견되지 않았고 알카에다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무르 무사 AL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사태 관련 주요국 회의에 앞서 “AL은 리비아의 통합을 회복하고 군사적 개입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군사 개입에 따른 엄청난 인명피해와 경제구조 붕괴 등 고통은 아랍국가의 몫이었다. AL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에 적극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