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격] 국제사회 ‘국민보호책임’ 여론전쟁… 아랍 “폭탄이 인권인가”

입력 2011-03-21 18:45

다국적군이 리비아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카다피군의 전열은 확고한 반면 다국적군의 대오는 벌써부터 외풍에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인 보호 목적 논란=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973호의 ‘국민보호 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이라는 개념에 따라 이뤄진 첫 군사작전이다. 국민보호 책임이란 한 국가가 자국민을 집단 학살하거나 전쟁 범죄, 인종 청소 등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했을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 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실패한 국가의 주권을 보호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인도주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군을 주도하는 국가들은 이번 군사작전이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수행해 브라질을 방문 중인 미국 고위관계자는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아랍권과 유엔 안보리가 지지한 결의엔 민간인 보호를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all necessary measures)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의 방공망을 선제공격한 것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랍연맹(AL)은 서방의 리비아 공격이 시작되자 즉각 비판했다. 아므르 무사 AL 사무총장은 “리비아 상황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목표와 다르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시민 보호이지, 폭탄을 안기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랍 언론, “서방 개입은 석유 확보용”=아랍 언론들은 서방의 리비아 공격이 8년 전 이라크전쟁과 마찬가지로 리비아 석유를 빼앗기 위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모로코의 아사바신문은 “리비아 군사작전의 주된 동기가 물질적 이익이며 석유가 이를 부채질했다는 걸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친 제국주의’로 표현하면서 “리비아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강대국의 군사행동이 석유 통제권을 쟁취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 공화국의 데메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대통령도 영국군이 키프로스 내 영국군 기지를 이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