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고장 크게 줄었지만 ‘한국형 원전’ 안전성 논란 제기
입력 2011-03-21 21:31
원자력안전원 등록 사고·고장 분석해보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국내 원전 21기의 사고·고장 내용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사고’로 분류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그러나 원전은 경미한 고장이라도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와 겹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 원자력 사고·고장 등급(INES)’에 따르면 안전성 중요도에 따라 1∼3등급 사건은 ‘고장(Incident)’으로, 4∼7등급은 ‘사고(Accident)’로 분류하고 있다. 분류 기준은 원전 종사자 및 주변 주민에게 방사선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2등급까지 분류된 게 최고 수준이다. OPIS에 따르면 1등급 사건이 10차례, 2등급 사건이 2차례 있었다. 나머지는 경미한 고장(0등급)이나 안전과 무관한 등급 외 사건으로 분류됐다.
국내 원전 21기의 사고원인별 고장 건수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계측결함’(29.2%)을 비롯해 기계·전기 결함 등도 원전의 안전성과 무관한 단순 고장이라는 게 원자력안전기술원 측 설명이다.
정부나 원전 관련 기관에서는 이 같은 등급 결과를 토대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OPIS 통계를 분석한 결과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1978년부터 33년 동안 발생한 연평균 고장 빈도를 3단계로 구분해보면 초기 1단계(1978∼88)의 원전 가동기수에 따른 연평균 고장 건수는 6.5건이었다. 2단계(89∼99)에서는 2.1회, 3단계(2000∼2010) 시기에는 0.9회로 급감하는 추세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이승행 방사선안전평가실장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형 표준원전을 도입한 이래 원전 고장 원인에 대한 분석과 예방 수준이 부쩍 높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동 중인 한국형 표준원전은 영광 3·4·5·6호기와 울진 3·4·5·6호기, 신고리 1호기 등 총 9기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기후에너지팀장은 “원전의 경우 고장 발생 건수가 줄었다고 해서 안전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이번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어떤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안전성 확보에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한국형 표준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영광 4·5호기 등 한국형 원전 상당부분에서 수년 전부터 핵연료봉 결함과 증기발생기 균열, 열전달 완충판 이탈 등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경제성만을 강조하면서 안전성 문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