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격] 카다피 어딨나… 관저 미사일 공격에 행방싸고 추측 분분
입력 2011-03-21 21:29
다국적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트리폴리 관저가 파괴되면서 카다피의 행방을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트리폴리에 있을까=폭격 당시 카다피가 관저 내부에 있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1일 카다피 지지자들은 카다피의 관저를 비롯한 주요 시설에 모여 인간방패를 자처했지만 카다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카다피가 공습을 당한 이후 알려지지 않은 모처에서 TV를 통해 연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장소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카다피는 트리폴리에 머문 것으로 추정돼 왔다. 카다피는 지난달 25일 지지자가 대거 모인 트리폴리의 녹색광장에 등장했고, 지난 3일에도 트리폴리의 강당 건물에 나타나 대중연설을 했다. 지난 8일 밤에는 예고 없이 외신기자들이 머물고 있던 시내의 한 호텔을 찾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카다피는 제1차 공습이 시작된 후 방송된 국영TV의 전화연설에서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전화연설은 그가 트리폴리에 없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카다피가 트리폴리를 떠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폭격 당시 카다피가 관저 내부에 마련된 지하벙커 등 보호시설에 대피했을 가능성이 높아 신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다피는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벙커를 곳곳에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개된 벵가지 교외의 카다피궁 내 지하벙커는 핵 공격에도 수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카다피의 육성 메시지가 지하벙커에서 녹음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카다피가 자신의 친위부대가 장악하고 있는 다른 도시로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다피 친위부대는 반군 세력의 거점인 벵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를 탈환한 상태다.
망명설도 없지 않지만, 카다피가 반군 세력과 서방 연합군을 상대로 결사항전을 다짐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망명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25년 만에 다시 공격받은 관저=카다피 관저에 대한 서방의 공습은 이번이 두 번째다. 1986년 미국 레이건 정부는 관저를 공습했고, 당시 15개월 된 카다피의 수양딸을 비롯해 41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베를린의 미군 전용 디스코텍에서 폭탄 테러로 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하자 이를 리비아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트리폴리와 벵가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었다.
카다피는 미군의 폭격으로 파손된 관저 건물을 일부러 수리하지 않았다. 미국을 향한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2일 카다피가 국영TV 연설을 통해 퇴진 거부 의사를 밝힐 당시에도 25년 전 파괴된 건물이 화면에 등장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