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격] 카다피 “장기전 불사”… 지상전 없이는 전황 불투명

입력 2011-03-21 21:29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장기전’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일 다국적군의 리비아에 대한 이틀째 대규모 공습이 계속되자 결사항전 의지를 밝히면서 이같이 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전으로 바뀌어버린 리비아 내전을 둘러싼 각국의 입장은 서로 엇갈린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지상군 투입이 필수적이지만 서방국가들 사이에서도 이를 둘러싼 태도는 다르다.

◇소모전 가능성 높아=향후 전황을 둘러싼 전망은 다양하다. 현재로선 리비아 내전이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대세다. 전문가들은 다국적군 바람대로 전쟁이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같이 판단하는 것은 카다피의 결사항전 의지가 드높은 반면 서방국들 간 대오는 단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다피로서는 권좌에서 물러나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심판대에 서야 해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밖에 없다.

카다피는 이날 전화로 리비아 국영TV에 자신의 육성메시지를 전하면서 “다국적군 공습은 리비아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십자군의 침략”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랍권이 자신에게 동조해주길 다분히 바라는 듯한 발언이다. 리비아 정부는 또 국민 100만명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비아 국영TV는 카다피 지지세력이 ‘인간 방패’를 만들기 위해 공항 여러 곳에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황이 다국적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돼도 다국적군이 결정적으로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키지 못할 경우 반정부 세력의 호소에 ‘인질’로 잡혀 발을 빼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다국적군은 불안정한 상태의 독재자 견제에 장기간 힘을 소모하거나, 리비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다피 제거가 최대의 변수=다국적군이 조기에 카다피를 제거하면 단기간 내에 승부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시나리오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 당시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기까지 걸린 기간을 두고 이렇게 얘기한다.

영국의 싱크탱크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스’의 연구원 샤스행크 조시는 이에 대해 “리비아 사태가 몇 주 이상 계속되면 미국은 뒷자리에 앉아 있고 다국적군은 흐트러질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를 통해 전망했다.

서방국가들이 지상군 투입을 꺼리는 것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진짜 전쟁은 지상전’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공습에 이은 추가적인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지상군 투입은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해 공습을 주도하는 프랑스와 영국은 지상전에 대해서도 한결 적극적이다. 그러나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과 아프리카 53개국이 회원인 아프리카연합(AU)은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결국 가장 큰 변수는 카다피일 수밖에 없다. 다국적군이 미사일 공격으로 카다피 관저를 타격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카다피 축출이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다국적군이 카다피를 직접 겨냥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기전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