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피난소 위생시설 열악… 설사·위장염 집단 발병
입력 2011-03-21 21:36
동일본 대지진 피난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이재민들의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후쿠시마(福島)현 피난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의 스트레스가 극한에 달했다고 21일 보도했다.
피난소 운영자들은 의약품과 난방연료 부족으로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화장실 등 위생시설도 열악해 일부 피난소에는 설사와 위장염이 집단 발병했다. 이 신문은 비좁은 피난소에서 친인척의 생사여부나 원전사고 관련 정보를 제때 얻을 수 없어 유발되는 스트레스도 피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호쿠(東北)와 간토(關東) 지역 주민 상당수는 수도공급 중단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 등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지역 11개 현 88만 가구에 수도공급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재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인용 구두와 드라이아이스 등이라고 보도했다. 미야기현 나토리(名取)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피난소에 습기 찬 구두를 신은 채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며 “어른용 구두가 기부됐을 때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시노마키(石卷)시의 한 장의사는 “화장장이 가동되지 않아 시신 보존이 어렵다”며 “드라이아이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회 혼란을 틈타 모금과 관련된 절도와 사기 행각도 늘고 있다. 사가미하라(相模原) 경찰서는 사가미하라시 주오(中央)구의 한 편의점 계산대에서 5000엔 상당의 성금이 든 모금상자를 훔친 혐의(절도)로 16세 여고생을 체포했다. 이 여고생은 유흥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거짓 모금을 한 20대 남성도 경찰에 붙잡혔다. 요미우리신문은 도쿄 다치가와(立川)역 입구에서 ‘거대 지진 구원 모금’이라고 적은 상자를 들고 행인들에게 1만2000엔을 받아 가로챈 나카무라 유이치(22)씨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20일 보도했다. 나카무라씨는 모금한 돈으로 자동판매기에서 음료를 사던 중 이를 의심한 한 남성의 신고로 체포됐다.
일본 경찰청은 성금 모금을 빙자한 사기와 일본적십자사를 사칭한 ‘가짜 모금 사이트’가 등장했다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에 급파돼 구조활동을 벌인 세계 각국의 구조대는 임무를 마치고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미국 구조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6일간의 구조활동을 마치고 귀국했다고 CNN이 20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에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호복 1만 벌을 제공키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南山陸)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뉴질랜드 구조대도 20일 귀국했다. 뉴질랜드 구조대는 “방사선 오염 위험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중국 영국 독일 스위스 구조대 역시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 구조대는 21일 니가타(新潟)현 니가타시에서 머물며 추가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 중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80㎞ 이내에 있는 자국민에게 탈출을 촉구하고, 도쿄 북쪽에 사는 자국민에게는 해당 지역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앞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도 후쿠시마 원전 80㎞ 이내에 있는 자국민에게 떠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진에 따른 우리 교민 사망자 1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21일 “미야기현 나토리시에서 거주했던 교민 이모(62)씨의 사망 사실을 일본 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 국민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최승욱 이도경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