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방사능 공포 휩싸인 일본인… ‘∼카더라’ 통신에 불안 가중
입력 2011-03-21 18:25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가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방사성 물질이 도쿄를 비롯, 수도권 여러 곳에서 속속 검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보도가 각종 미디어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아사히신문 주간잡지 ‘아에라’(3월 19일 발매)의 표지가 도마에 올랐다. 이 주간지는 표지 사진 위에 크고 빨간 글씨로 ‘방사능이 온다’고 큰 제목을 붙인 것이다. 네티즌들은 ‘공포심을 조장한다’ ‘기사의 파괴력만을 강조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아에라 측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 때문에 원전 사태 여파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이를 일본에서는 ‘풍평(風評) 피해’라고 하는데 바람처럼 밑도 끝도 없이 전해지는 소문 때문에 피해를 입는 걸 뜻한다. 후생노동성에 들어온 제보를 인용 보도한 21일자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택시 탑승이나 호텔 숙박을 거부당했다.
사실 보도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이해를 확산시키는 몫도 결국 미디어의 역할이다. 21일 도쿄 시내에서 만난 60대 여성 아소 미치코(阿蘇道子)씨는 “방사성 물질은 검출 여부뿐 아니라 검출된 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할 텐데,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검출됐다는 사실에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기 시작한 건 이달 14일부터였다. 하지만 지역별로 구체적인 방사성 물질 검출 데이터가 시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대략 17일부터였다. 아사히신문 경우를 보면 17일 이후부터는 전날 각지에서 관측된 방사선량을 지도와 함께 공표하고 있다. 아소씨도 “방사성 물질 검출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예컨대 20일 도쿄의 대기 중 방사선량 0.046마이크로시버트(μ㏜), 평상시 상한치 0.079μ㏜ 등이 쓰인 지도만 있으면 상당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21일은 ‘춘분의 날’이었다. 하지만 비가 내린데다가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도쿄 시내 거리엔 시민들이 별로 없었다. 방사성 물질이 비에 녹아 농도가 진해질 경우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경고가 있었다. 시민들은 가능한 비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외출을 삼간 것이다.
도쿄=조용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