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노심 식혀줄 비상냉각장치 가동해야 ‘급한 불’ 끈다

입력 2011-03-21 21:34


2호기 전력공급 등 원전 복구상황

“이제 겨우 한 계단 올라섰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 전력 공급이 시작된 데 대한 도쿄전력의 평가다. 전력이 공급되더라도 최대 난제인 냉각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냉각 작업에 성공해도 후쿠시마 제1원전은 폐쇄 절차를 거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냉각 기능 회복 장담 못해=2호기는 파워센터(변압기가 있는 스위치야드에 해당)를 거쳐 일반 가정의 차단기에 해당하는 수전(受電) 설비까지 전력이 공급됐다. 도쿄전력은 21일 내내 소량의 전력을 보내 주제어실(MCR)의 에어컨과 일부 계측기기를 점검했다. 2∼3일 부품 교체 등을 통해 MCR을 복구하면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CR이 복구되면 조명과 각종 계측기를 가동하고 냉각장비를 점검한 뒤 원자로와 사용후 연료봉 저장 수조의 냉각수 순환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핵심은 노심의 열을 직접 떨어뜨리는 비상노심냉각장치(ECCS) 가동 여부다. ECCS가 돌아가면 정제수에 붕산을 탄 냉각수를 노심에 주입해 연쇄 반응을 완전히 멈출 수 있다.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온도가 올라간 냉각수를 다시 바닷물로 식히는 필수냉각장치(ESW)가 쓰나미 영향으로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아 냉각기능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장비 교체에만 일주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

22일 전력 공급 예정인 3·4호기는 상황이 더 어렵다. 3호기는 격납용기 내 압력이 너무 높고 방사능 수치가 다른 곳보다 높아 외부 전원에서 전력 케이블을 끌어오는 작업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호기도 내부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전력을 공급했을 때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차 투입, 건물 잔해 제거=냉각장치를 최대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살수 작업을 통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

자위대와 도쿄전력은 오전 6시37분부터 오전 8시41분까지 소방차 13대를 동원해 4호기에 바닷물 90t을 투입했다. 도쿄소방청은 전날인 20일 오후 9시30분부터 6시간30분간 3호기에 1170t의 물을 퍼부었다. 살수작업엔 자원한 미야자키(宮崎)현 뉴타바루(新田原) 기지 소방대 소속 6명도 참가했다.

방위성은 시즈오카(靜岡)의 육상자위대 기지에 있는 전차를 후쿠시마 원전으로 이동시켰다. 후쿠시마 원전 건물 잔해 제거를 위해서다. 토석 제거판을 달고 투입된 이 전차는 4인승으로 방사능 농도가 높은 곳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

한편 자위대 헬기가 20일 후쿠시마 제1원전 상공에서 원자로 표면 온도를 측정한 결과 3호기의 격납용기 위쪽이 섭씨 128도였고, 사용후 연료봉 저장 수조 위쪽은 1∼6호기 모두 100도 미만이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