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대지진 불구 일본 관련 주식 안 팔아”
입력 2011-03-21 21:42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 참석차 방한
“한국 기업에 계속 투자하겠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 기업에 계속 투자할 뜻을 밝혔다. 버핏 회장은 21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에는 투자할 만한 좋은 기업이 많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의 이번 한국 방문은 2007년 처음 방문한 이후 두 번째다.
◇한국 방문은 편안한 경험=버핏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방문은 미국의 다른 주를 방문하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사태 등 남북 간 긴장관계로 인한 ‘코리아 리스크’를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일이 없었다. 한국이 평화롭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또 “한국기업 중 포스코 주식의 4% 정도를 갖고 있다. 훌륭한 철강회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기업들 주식도 보유하고 있지만 말할 경우 시가총액이 커질 수 있어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이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대지진 때문에 일본과 관련된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 어려움은 오히려 주식을 살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1년 9·11테러 직후 당시 제너럴 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 잭 웰치 등과 함께 TV프로그램에 출연,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지만 미국의 미래와 경제적 전망은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일본 대지진이 타격인 것은 분명하고 재정비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은 유망한 제조업 국가인 동시에 유망한 시장”이라며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또 우리나라가 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 과정에서 신속하게 지원을 벌인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한 일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숙소인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도 15분 정도 면담하며 일본 대지진 관련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출신이라는 인연이 있다.
◇한복 입고 “원더풀!”=버핏 회장은 보유자산 500억 달러, 세계 부자 순위 3위인 세계적 거물이지만 행동은 의외로 소탈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대구텍 직원들이 한복을 선물하자 그 자리에서 바로 입고선 포즈를 취했다. 연하늘색 두루마기를 입은 버핏 회장은 연신 ‘원더풀(wonderful)’을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기자회견 직후 열린 오찬행사에선 식사 도중 사진을 함께 찍고 책에 서명을 해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점심식사 메뉴는 버핏의 취향에 따라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으로 간소하게 차려졌다. 이어 방문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개최지인 대구스타디움에선 달리기 출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공식 축사를 할 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연설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대구텍에 대한 투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해 기공식에 참석한 대구텍 임직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워런 버핏은?=버핏 회장은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대신 유망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버핏이 이날 방문한 대구텍 역시 초경합금 절삭공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다. 또 재산의 85%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존경받는 기업’에서 애플, 구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1930년 태어난 그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대구=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