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운찬 카드’ 접자니… 분당을 전략 수정해야 할 판
입력 2011-03-21 21:41
4·27 재보선 여야 딜레마
4·27 재·보선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요 전략지역의 후보 공천 문제가 난마처럼 얽히면서 여야가 각기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출마 문제와 당내 역학관계 등이 얽혀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에서는 야당들끼리 후보단일화 방식을 놓고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대한 여권의 고민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서 시작됐다. 이번 보선에서 지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여권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을 ‘필승카드’로 계속 밀어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21일에도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위원장의 소극적인 모습에 여당 내 반대 기류도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꽃가마 태워 (정 위원장을) 모시고 올 의사가 없다”며 못을 박았고, 나경원 정두언 서병수 최고위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공천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직자는 “정 위원장 출마 카드는 현재로선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전 대표 역시 이날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실시한 후보 면접에 직접 참여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심위는 강 전 대표에게 전직 대표 예우 차원에서 면접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달했었다. 하지만 강 전 대표는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 김기홍 전 인천지법 판사, 박명희 대한약사회 부회장, 장석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한창구 전 분당구청장 등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면접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적극 설명했다.
강 전 대표는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위원장의 전략공천 가능성과 관련, “지역에서는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운동용 명함에 ‘15년째 분당사람으로 살고 있는 강재섭입니다’라고 새기는 등 전략공천 가능성에 적극 대비하는 모습이다.
공심위는 이번 주 내 분당 현지 실사를 거친 뒤 후보자를 압축하고 경선 방식 등을 결정키로 했다. 정희수 사무부총장은 “전략공천이나 정 위원장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당의 최종 공천 결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손에 달려있다는 얘기가 당내에 끊이질 않고 있다. 손 대표가 출마를 기정사실화할 경우, 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분당 수성을 위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손 대표가 출마할 경우 전략공천 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정 위원장에 대한 미련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재오 특임장관과 안상수 대표, 원 총장 등은 정 위원장을 밀고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나경원 최고위원 등은 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 내 권력게임설까지 대두된 상황이라 분당을 공천을 둘러싼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