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찬성, 의혹의 96·9%… 삼척시 조사결과 발표에 ‘서명부’ 공정성 논란
입력 2011-03-21 17:59
강원도 삼척시가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삼척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삼척체육관에서 열린 원전유치 한마음 결의대회에서 “만 19세 이상 주민 5만8339명의 96.9%인 5만6551명이 원전 유치에 찬성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서명부는 이·통장이 각 가정을 방문해 찬성여부를 묻고 동의할 경우 서명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시는 최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서명부를 제출했다.
그러나 시가 제출한 서명부의 작성 방식에 대해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서명부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서명부가 이상한 방식으로 작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명을 받은 이·통장이 원전유치협의회 위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찬성 입장을 가진 쪽에서 서명을 주도한 셈으로 조사 자체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위원회 이붕희 사무국장은 “이·통장이나 아파트 동대표와의 친분이나 관공서와의 협력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해준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조사방식의 신뢰성에 의혹이 일면서 대리서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은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60%를 넘기 어려운 추세인데 찬성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 것으로 나왔다면 서명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역에 주소지를 둔 군 입대자나 외지에 나가있는 대학생과 직장인 수만 합쳐도 전체 시민의 7%가 넘을 것”이라며 96.7%에 이르는 높은 찬성률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백지화위원회는 앞서 “일부 공무원과 이·통장, 아파트 동대표들이 주민들을 대신해 서명을 하고 자신은 서명을 하지 않았는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다는 식의 제보가 상당수 접수됐다”며 필적감정을 위해 시에 서명부 원문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시 관계자는 “중복 서명된 1만명을 최종 검토과정에서 걸러내는 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삼척=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