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간바레 후쿠시마
입력 2011-03-21 17:49
일본 후쿠시마(福島)현은 도호쿠(東北) 지방의 관문으로 전국 47개 지방자치체 중 홋카이도, 이와테현에 이어 세 번째로 면적이 넓다. 하지만 산지가 많은 탓에 200여만명의 현민들은 주로 태평양 연안과 서쪽 내륙 분지 쪽에 몰려 살기 때문에 주요 거주지역 인구밀도는 일본 평균치를 웃돈다.
후쿠시마현의 특성을 꼽자면 현 안의 두 도시에 얽힌 역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이즈와카마츠(會津若松)시는 메이지유신을 주도했던 사쓰마(薩摩)와 조슈(長州)의 군대와 맞서 끝까지 대항했던 아이즈한(藩)의 유서 깊은 현장이다. 당시 16∼17세 소년들로 구성된 백호대(白虎隊)의 장렬한 죽음은 지금도 시대극의 주제로 종종 등장한다.
현 북쪽의 다테(伊達)시도 빼놓을 수 없다. 12세기 이래 이 지역을 다스려온 다테 가문의 본거지다. 특히 16대손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는 전국시대의 승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던 용장이다. 결국엔 도요토미의 군세에 눌려 그 휘하에 들어가기에 이르지만 마사무네의 높은 기개는 지역민들의 자랑거리다.
아이즈한의 백호대나 다테 마사무네의 예는 이 지역에 상당한 반골성이 흐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후쿠시마는 수도권과 가까운 이점이 부각되면서 2차 산업도 비교적 많이 발달한편이다. 예컨대 아이즈와카마츠시 주변의 반도체, 후쿠시마시의 전자기기 등 규모로 보면 후쿠시마현은 도호쿠 지방 6개 현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또 다른 특징은 화력발전소를 비롯, 다양한 형태의 발전설비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산악지방에서 220m 낙차를 이용한 다다미가와(只見川)의 양수식 발전소는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외 크고 작은 수력발전소가 적지 않다. 지열 및 풍력발전소는 일본 최대 출력을 자랑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해 후쿠시마 원전 40여년의 역사는 역시 이 지역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대량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발전(發電)거점으로서 일찌감치 자리매김됐었음을 보여준다. 도쿄 등 수도권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긴장감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안에 조기 수습이 될지, 장기화로 흐를지 양당간에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이나 사태는 결코 녹록지 않다. 지금으로선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쿄의 동북쪽 하늘을 쳐다보면서 ‘간바레(파이팅) 후쿠시마’를 외치는 수밖에 없다.
도쿄=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