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 국민보호책임 원칙 확고히 적용하라
입력 2011-03-21 17:46
유엔의 역할 및 기능 강화에 역사적인 전기(轉機)가 이뤄졌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독재정권을 겨냥한 유엔 연합군의 ‘오디세이 새벽’ 군사작전이다. 이는 2005년 세계정상회의에서 합의만 해놓고 아직 현실화한 적이 없었던 유엔의 ‘국민보호책임’ 원칙을 적용한 첫 사례다.
국민보호책임 원칙이란 ‘한 국가가 자국민의 재산, 생명을 보호할 의지가 없고 자국민을 상대로 집단학살, 인권 유린 등 반인권·비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경우 국제사회가 해당국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개념을 말한다. 한마디로 종래 딜레마로 여겨져 온 ‘국가 주권 대 인권’의 갈등에서 주권보다 인권이 우선돼야 함을 규정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놓고 “세계 평화, 인권 증진과 관련한 유엔의 활동반경을 크게 넓힌 이정표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과거에는 물론 지금도 ‘국가 주권’의 뒤에 숨어 자국민을 대상으로 온갖 혹독한 인권유린과 탄압을 자행하는 불량정권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유엔이 나서 이들의 범죄행위를 저지하고 생존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구해내야 한다. 카다피의 경우 유엔의 군사개입을 두고 ‘십자군 침공’이니 ‘식민전쟁’이니 교묘한 수사(修辭)를 늘어놓았지만 반 총장의 지적처럼 국민 보호의 책임을 저버린 정권에는 정통성을 부여할 수 없다.
이처럼 국민보호원칙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유엔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엔은 지구공동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국제기구임에도 그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대량학살 등 반인권범죄에 별 손을 쓰지 못함에 따라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받아 왔다. 그런 만큼 국민보호원칙 적용은 유엔의 권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만 한계는 있다.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원칙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오디세이 새벽’ 작전을 가능케 한 안보리 결의 1973호만 해도 중국 러시아가 기권했기에 그나마 채택될 수 있었다. 차제에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해득실보다 인권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더 중시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