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레일 안전불감증 위험수위 넘었다

입력 2011-03-21 17:43

KTX 열차의 잇단 사고가 너무 우려스럽다. 20일 낮 부산역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가 출발 13분 만에 금정터널 안에서 20분간 멈춰 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기량을 조절해 열차 바퀴를 움직이도록 하는 모터블록이 고장 난 게 원인이라고 한다. 승객 500여명이 터널 안에서 얼마나 불안에 떨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특히 금정터널은 길이가 무려 20.3㎞로 국내 최장 터널이다. 이런 곳에선 작은 실수나 결함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찔한 순간이었다.

고속열차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그럼에도 KTX 열차는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해 53건, 올 들어 7건이다. 사고원인은 제동장치·열감지센서 오작동, 배터리·기관 고장 등이다. 지난달 경기도 광명역 인근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탈선사고는 충격적이었다. 금정터널에서 사고가 난 20일 오후에는 동대구역을 출발하려던 KTX 열차가 통신장애 고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잦은 사고와 고장으로 이제 KTX 열차를 이용하기에 겁이 날 정도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대한 불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간 지적돼 온 기술적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검과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철도안전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 구조조정 여파로 시설 유지·보수 인력이 대거 감축되면서 차량 점검이 부실해졌다. 이 때문에 수시로 점검해도 모자랄 판에 차량 안전 점검 주기가 3500㎞ 운행에서 5000㎞ 운행으로 대폭 완화됐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세계1등 국민철도’라는 코레일의 슬로건이 무색하다. 심각한 안전불감증이다. 사고가 계속 반복되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안전 점검 및 사고 재발 방지에 최우선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코레일은 KTX 운행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대형사고가 터진 뒤에는 후회막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