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먹잇감 나눠먹은 서울시와 의회
입력 2011-03-21 17:42
지방의회가 점차 주민들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고 있다. 의회가 주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조례를 발의해 물의를 빚더니 이제는 유급 보좌관을 두지 못하도록 한 상위법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나섰다. 이는 지방자치의 정신을 정면 위배한 것으로,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서울시 의회가 2006년부터 의원 보좌관을 두면서 연간 20억원씩 5년간 100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도 다음 달부터 의원 보좌관을 채용하기로 하고 4월부터 6월까지 급여조로 총 7억원을 확보해 놓았다. 경기도 의회가 올해부터 유급 보좌관을 두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려다 사회적 비난을 자초한 것과 비교하면 시기와 방법 면에서 서울시 의회의 행태가 더 혼탁하다.
이런 편법지원에 서울시가 가담했다는 사실도 실망스럽다. 서울시와 의회는 유급 보좌관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산하기관인 시정개발연구원을 동원해 예산을 세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의회가 보좌관격인 정책조사원 명단을 제출하면 시정연은 이들에게 용역을 주는 형식으로 한 달에 120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참으로 구차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시기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가 “시·도가 광역의원 보좌관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의회는 올해 예산에서 시의원 보좌관 급여 명목으로 25억원을 편성했다가 시-의회 간에 관계가 나빠지자 보좌관을 채용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면, 또 시-의회 간에 갈등이 없었다면 법을 위반하며 보좌관을 채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서울시-의회 간의 불미스런 거래가 있었다. 시가 보좌관을 채용해 달라는 의회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3월 임시회를 열지 않기로 양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 15일부터 임시회가 열려야 하지만 공고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임시회를 보좌관 채용과 엿 바꿔 먹은 것이다. 시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파렴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