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탈락자에 재도전 기회, ‘원칙’ 실종에 시청자들 “어이없다”
입력 2011-03-21 21:23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탈락자에게 계획에 없던 재도전 기회를 부여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원칙을 제작진이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나는 가수다’ 3회째인 지난 20일 방송에서 첫 탈락자로 김건모가 선정됐다. 김건모는 방송에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열창했다. 하지만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최저점을 받았다. ‘서바이벌’을 표방한 만큼 프로그램에서 떠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가수의 재도전 의사를 수락해 김건모를 또다시 출연토록 했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룰을 어겨 시청자를 우롱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청자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딸아이와 정말 기대하며 일주일을 기다렸고 순위 발표할 때 두근두근 거리며 방송 지켜봤는데 정말 허무하고 허탈하네요”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대박이 난 프로그램을 스스로 망쳤다”고 지적했다.
‘나는 가수다’는 MBC가 빼앗긴 일요 예능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내놓은 절치부심의 결과물이었다. 23년 동안 지켜온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간판을 ‘우리들의 일밤’으로 바꿔단 뒤 내세운 야심작이었고,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나는 가수다’는 지난 6일 첫 방송 이후 큰 화제를 모았다. 정상급 가수들의 가창력에 등수를 매기는 것이 무례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한 자릿수에 머물던 시청률은 20일 방송에서 전주(9.4%)보다 2.4% 포인트 상승한 11.8%까지 올랐다. 서울 지역만 놓고 보면 13.8%로 수년째 일요 예능 최강자로 군림해온 KBS ‘해피선데이’도 긴장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1박2일’ ‘남자의 자격’ 등의 인기 코너를 갖춘 ‘해피선데이’ 서울 지역 시청률은 19.5%로 ‘일밤’과는 5.7% 포인트 차다.
출연 가수들이 부른 노래에 대한 반응도 상당했다. 첫 방송이 나간 뒤 집계된 음반판매량 집계 차트인 한터차트(7∼13일)에서 2004년 발매된 이소라 6집 ‘눈썹달’은 17위, 2008년 나온 정엽 1집 ‘Thinkin' Back On Me’는 20위에 랭크됐다. 책과 함께 CD, DVD 등도 판매하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 관계자는 “출연 가수들의 음반 판매가 방송 이후 7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특정 출연자에 대한 특혜 논란을 막기 위해 방송을 통해 앞으로도 7위를 한 가수에게 모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호조를 보이던 시청률에 찬물을 끼얹게 된 격이어서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 아고라에는 제작진 교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