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크리스토퍼 美 전 국무장관 타계

입력 2011-03-20 19:06

중동과 보스니아 평화협상에서 활약했던 미국의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5세.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1993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탄생시킨 오슬로 평화협정, 94년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평화조약 체결, 95년 보스니아 평화협정 중재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훈장(Medal of freedom)을 받았다. 외교 무대에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주로 상대방 의견을 경청, ‘무대 뒤의 협상자’ 또는 ‘스텔스 국무장관’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1차 북핵 위기, 제네바 북핵 협상, 북한의 강릉 잠수정 침투사건 등 한반도에서 주요 현안이 발생했을 때에도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96년 8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발생 직후 “모든 당사자가 추가 도발 행동을 말아주기를 촉구한다”고 발언, 대북 응징을 검토하던 한국 정부의 반발을 샀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외국 특수부대 침공을 받았다면 아마 그 나라를 공격해 없애버렸을 것”이라며 그의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했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