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방사능 공포 마트·재래시장 가보니… “일본산 생선에 손이 가질 않아요”
입력 2011-03-20 19:03
일본 방사능 유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주부들 사이에 생선류를 중심으로 일본산 먹거리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귀국 전 국내 대형마트에서 손전등, 건전지 등 비상물품을 사는 일본인도 크게 늘었다.
20일 오후 2시쯤 서울 망우동 이마트 신선식품 코너의 생태 진열대 앞에는 손님이 뜸했다. 반면 바로 옆에 진열된 동태는 거의 동난 상태였다.
이선희(43·여)씨는 “생태는 전부 일본산이라 방사능 문제가 불거진 뒤로는 불안해서 손이 가지 않는다”며 대신 러시아산 동태 2팩을 집어들었다. 백승이(46·여)씨는 “자식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일본산 생선 구입이 많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마트 상봉점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권진호(34)씨는 “최근엔 원산지 표시에 ‘일본산’이라고 쓰여 있는 생선을 보고 구입을 꺼리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지난달만 해도 하루에 7∼8박스씩 팔리던 생태가 요즘엔 1박스 팔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생태 진열대 주변엔 ‘수산물품질위원회에서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이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사정은 재래시장도 비슷했다. 서울 망우동 우림시장에서 12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임순분(50·여)씨는 “팔리지 않은 일본산 생태 수십 마리를 무더기로 버렸다”면서 “꽁치와 갈치도 국내산은 꾸준히 팔리는데 일본산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곳을 찾은 심모(54·여)씨는 “생태뿐만 아니라 고등어나 꽁치, 갈치도 구입하기 전에 일본산이 아닌지 꼭 물어본다”고 말했다.
정전 사태 등을 우려해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비상물품을 구입하는 일본인도 많아졌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2층에 설치된 일본인 인기상품 코너는 손전등, 건전지 등 비상물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한 일본인은 “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았는데 지금 일본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해서 손전등과 건전지, 부탄가스 등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생활용품 판매자는 “19일엔 손전등용 건전지가 동나 빈손으로 발길을 돌린 일본인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11∼17일 1주일간 팔린 휴대용 손전등과 건전지 판매량은 대지진이 나기 전 1주일과 비교하면 각각 11.6배와 4.4배 증가했다. 마스크 판매량도 11배 늘었다.
일본인들은 평소 찾지 않던 햇반, 카레라이스 등 레토르트 제품(저장을 목적으로 한 가공식품)도 무더기로 사들였다.
가공식품 코너 판매원은 “일본인들은 평소 레토르트 식품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요새 많이 사간다”면서 “라면도 상자째 구입해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휴일인 20일 황사비가 내리자 고궁, 산, 번화가, 놀이공원 등에 시민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혹시 빗물에 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쓰고 나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회사원 이종훈(40)씨는 “황사야 매년 겪는 일이지만 방사능이 찜찜해서 외출 계획을 취소하고 집에 있었다”고 말했다.
기상 당국은 황사가 서쪽에서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특성상 올해는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쪽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