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꺾기’ 투자 주의보
입력 2011-03-20 18:48
자금 조달이 어려운 부실기업들 사이에 유상증자 후에 자금을 돌려주는 등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사례가 빈발해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실 상장기업들이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일명 ‘유상증자 꺾기’를 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상증자 직후에 금전을 대여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방법으로 청약자들에게 증자자금을 되돌려 주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2009년 7월 B씨 등 세 사람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00억원을 조달한 뒤 이들을 최대주주와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A사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뒤 B씨 등에게 253억원을 대여하는 수법으로 증자대금을 갚았다가 지난해 4월 최종부도 처리됐다. 결국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해 소액주주들에게 해를 끼쳤다.
역시 코스닥 상장사인 C사는 올 1월 D씨 등 19명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이들로부터 증자 다음 날 모 비상장회사의 주식 31.4%를 인수하는 수법을 썼다. 이 밖에 제3자배정 증자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금전을 대여하고 자회사로 하여금 이들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인수토록 하는 방법도 동원됐다. 또 한계기업 간 상호 유상증자에 참여해 퇴출을 모면하려는 기업도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상증자 꺾기는 증자 직후에 증자자금이 곧바로 인출돼 발행회사의 실질적인 자금 조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재무구조 부실로 상장폐지되는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유상증자와 관련된 금전대여, 자산양수 등에 대한 공시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손실 가능성이 높을 경우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통보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