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막무가내 외형 경쟁’ 백약 무효

입력 2011-03-20 18:47

시중은행들의 영업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앞두고 수신 확대를 위해 점포를 늘리는 등 소매금융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국민은행은 도매금융 쪽에 치중, 전국 각지를 돌며 기업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은행들의 외형확대 경쟁 조짐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 국내 점포 20∼30개를 확대할 계획이다. 2014년까지 민영화를 완료키로 한 산은에 가장 절실한 부분은 현재 시중은행의 5%에 불과한 국내 지점 확보다. 이에 산은은 정기예금의 경우 연 4.7% 금리를 제시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기업은행도 올해 개인고객 1000만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 아래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다른 은행들은 언짢은 표정이다. 개인금융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SC제일은행의 경우엔 비용 절감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전국 영업점 27개를 전격 폐쇄키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은 이들 국책은행의 눈독 들이기에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무한경쟁을 펼치는 구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러한 경쟁구도가)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어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우리도 가만있을 수 없으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개인금융뿐 아니라 기업금융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대기업금융 관련 부문을 신설한 뒤 경영진이 직접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 가자 다른 은행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7월 취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대기업 퇴직연금 등 수백억원의 자금을 끌어왔다는 후문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최근 무분별한 경쟁에 대한 경고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일 국내 은행장 조찬간담회를 통해 “과거에도 소수의 은행이 외형확대 경쟁을 주도하면 결국 전 은행으로 확산됐다”며 “더 이상 무분별한 외형확대 경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