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시계제로’… 日 원전 큰 고비 넘기니 이번엔 리비아 공습
입력 2011-03-20 18:47
잇달아 발생하는 대외 악재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개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주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태가 가닥을 잡을 조짐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서방이 리비아를 전격 공습하면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 리스크가 재부상, 금융시장 불투명성을 키우고 있다.
일본 원전사태는 일 당국이 후쿠시마 원전 1∼6호기에 대해 전력복구 작업을 시작하면서 공포가 잦아드는 분위기다. 전력이 공급되면 냉각수 순환과 압력 조절 장치들이 다시 가동되면서 원전사태의 고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20일 “일본 원전 문제는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며 “파생되는 악재만 없다면 초기처럼 금융시장에 파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경제활동이 어떻게 살아나느냐가 열쇠인데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일본 사태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원전 문제만 해결된다면 지진피해 복구에 따른 경제 재건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 반면 리비아 공습은 유가와 국제경제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불안한 바레인 정세까지 더할 경우 중동지역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이날 경제분석 보고서에서 “카다피 세력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비아 사태의 불확실성은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고 우려했다.
당장 유가 향방이 관심이다. 지난 18일 리비아 정부가 정전을 선포했을 때에도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격은 오히려 오르면서 배럴당 110.11달러를 기록했다. 서방 다국적군의 공습은 리비아 원유생산 능력을 떨어뜨리면서 두바이유의 급등세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은 주초부터 불투명성이 커졌다. 일본 사태 등에도 코스피 지수는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추세가 지속될지는 가늠키 어렵다. 일본 상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중동·북아프리카 사태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화 환율은 엔화 강세 여부에 따라 오르내림세가 커졌지만 리비아 사태가 확산되면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으로의 쏠림현상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 때문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