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故 정주영 회장, 민족화해의 길 개척”… 사망 후 최초 구두친서·화환 전달

입력 2011-03-20 22:31


북한 측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추모의 뜻을 보내 왔다.

현대그룹은 2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아산 측을 통해 정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구두친서와 화환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김 국방위원장이 구두친서 등을 전달한 것은 2001년 정 명예회장 사망 당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금강산에서 현대아산 고위관계자를 만나 “정 명예회장님 10주기와 관련해 현정은 회장님과 가족 여러분께 국방위원장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특히 리 부위원장은 “국방위원장께서는 정주영 선생이 민족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통일 성업을 위해 참으로 큰일을 하셨다고 했다”면서 “그의 명복을 기원하고 아울러 현대 일가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현지에 있던 현대아산 측 직원이 받아 적어 서울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들도 19일 구두친서 전달 소식을 보도했다. 또 지난 13일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정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남한에서 열린 추모사진전 등의 행사를 소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정 명예회장에 대해 “1989년 초부터 우리 공화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을 만나 뵌 명망 있는 기업가”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2001년 3월 21일 정 명예회장이 사망하자 24일 당시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 등 조문단 4명을 보내 조의를 표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조전을 전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아울러 북한이 19일 김양건 아태 위원장(통일전선부장 겸임) 명의의 추모화환을 현대아산 개성사업소를 통해 전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절차상 국내 반입이 안 돼 추모 글이 쓰인 리본만 받아 정 명예회장 기일인 21일 다른 화환들과 함께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에 배치키로 했다.

한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범현대가(家) 가족들은 이날 밤 9시 정 명예회장의 서울 청운동 자택에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 정 명예회장 10주기 기일(21일)에 앞서 모이는 것이다. 여기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현대중공업 대주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도 참석했다. 가족들은 또한 21일 오전 창우리 정 명예회장 선영을 참배할 예정이다. 다만 정몽구 회장은 이미 선영에 참배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욱 이도경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