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폐허 뚫은 생명… 9일 만에 80세 할머니·손자 구조
입력 2011-03-21 00:52
日 정부·지자체, 구호·복구 작업 본격화
대지진 피해를 입은 동일본 지역에 복구 및 구호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NHK는 정규방송 체제로 전환하는 등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 가도노와키초의 부서진 주택에서는 20일 아베 스미(80·여)씨와 손자 아베 진(16)군을 경찰이 구출해서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NHK와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11일 대지진이 발생한 지 9일 만이다.
아베씨는 "냉장고에 있던 요구르트로 9일간을 버텼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와테(岩手)현이 지난 19일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에 대지진 발생 이후 처음으로 가설주택 200가구 착공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리쿠젠타카타시는 이번 지진으로 집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이와테현은 우선 가설주택 36가구를 이달 중 완공해 다음 달 초에 이재민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와테현은 해안지역의 주요 피해 지자체에 주택 수요를 조사한 결과 8800가구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만큼 피해지역에 가설주택을 건설하는 방안과 함께 이재민들을 피해지역 밖으로 집단 이동시키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효고(兵庫)현의 이도 도시조 지사는 센다이(仙臺)시의 미야기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효고현을 포함한 간사이(關西) 지방에 피난소를 설치하면서 피해지역에 가설주택과 공공주택도 지어서 활용하자는 2단계 안을 제안했다. 이도 지사는 효고현이 이재민 수용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도 지사의 제안은 현재 피해지역에서 피난소를 관리하고 있는 복지시설 직원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직원들은 이재민들의 피난을 돕는 일부터 환자를 돌보는 업무에 이르기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지진의 희생자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지만 경찰 등 구조 당국은 이들의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세 히로타로 지바(千葉)대 법의학 교수가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 희생자 126명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진 사망자의 약 90%는 초대형 쓰나미의 충격으로 인한 익사자다. 마을 전체가 초토화된 경우가 많고 일가족이 함께 변을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변 인물에 의한 신원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테현에서 18일까지 수습된 2223구의 시신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65구로 2.5%에 불과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전했다. 미야기현에서 수습된 4030구의 시신 중에서도 5.9%인 239구만이 신원확인을 마쳤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