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무라이 본드 어찌하나”… ‘추가 발행’ 놓고 고민 깊어
입력 2011-03-20 18:49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 본드를 놓고 은행권이 골치를 앓고 있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엔화가치가 급등락하면서 사무라이 본드 추가 발행 시점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18일 선진 7개국(G7)과 일본은행이 공조에 나서면서 일단 엔화가치 급등이란 급한 불은 껐지만 지진과 방사능 유출 등으로 금융시장에 불확실한 요소가 산재해 있어 엔화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채권 만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아 일본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유로 중기채(MTN) 발행 등을 통한 별도 자금 조달에 나설 전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6월 300억엔의 엔화대출 만기가 돌아오지만 사무라이 본드 추가발행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통상 만기 도래하는 규모만큼의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하지만 일본 금융시장의 혼란이 그때까지 가라앉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추가 발행을 하지 않을 경우 원화로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에 산업은행은 기존 엔화 자산을 이용하거나 일본계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상환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한 이상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하는 데 오히려 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시장 상황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어서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엔화 조달 및 차익실현 수단으로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해 왔다. 주요 자금 조달 루트로 안착되면서 점차 규모를 늘려왔는데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월 국내 최대규모인 500억엔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209억엔이 1년 만기이며 26억엔은 1년6개월, 265억엔은 2년 만기로 각각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 역시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것을 우려해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유동성 관리를 하는 만큼 500억엔 규모 정도는 자체적으로 해소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일본 내부의 정치·경제적 리스크의 영향을 받는 만큼 정상화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유로시장에서 MTN을 발행하거나 론 차입, 또는 달러 표시 채권 발행 등의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자체 환헤지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채권 발행액을 엔화 대출에 매칭시켰기 때문에 환리스크는 크게 없는 편”이라며 “다만 2006∼2007년 시중은행들이 엔화대출 시장을 넓혔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의 경우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기업들의 엔화대출 수요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반기쯤 사무라이 채권 발행 계획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