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전력공급 재개돼도 안심못해”… 전문가들 ‘48시간 고비’서 늘려
입력 2011-03-20 21:51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밝힌 ‘48시간 고비’를 넘어선 것일까. 전문가들은 1·2호기에 전력 공급이 재개돼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유럽의 원전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AFP통신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채텀 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맬컴 그림스톤은 현재 원자로가 냉각수 수위를 유지하지 못해 압력용기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임계점(critical point)’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의 올리비에 굽타 부사무국장은 “전력 복구는 긍정적이지만 파이프가 손상되거나 취수가 막혀 해수를 퍼올릴 수 없다면 전력 복구로 기대했던 효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원자력에너지안전개발연구소 소장 레오니트 볼쇼프는 “앞으로 7~10일 정도 상황이 더 지속될 것”이라며 “이 기간에 모든 게 타버리든지 아니면 냉각되든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지난 18일 전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번 주말의 진전 상황에 앞서 밝힌 것이긴 하지만 주목할 만하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후쿠시마 원전은 1·2호기와 3·4호기, 5·6호기가 2개씩 한 쌍으로 묶여 있다. 1·2호기에 대한 전력 공급 작업은 ‘배전반의 전기를 받을 수 있는 기능 확인→온도 압력 유량 등 계측기의 회복→주제어실(MCR)조명 켜기→노심 냉각→사용후 연료봉 저장조 냉각’ 순서로 이뤄진다.
가장 큰 관심사는 노심이나 사용후연료봉 저장조 등에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각종 고압 펌프를 다시 돌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각종 고압 펌프 중에서도 노심의 열을 직접 떨어뜨리는 비상노심냉각계통(ECCS)이 다시 돌아가느냐가 관건이다.
ECCS가 돌아가면 정제수에 붕산을 탄 냉각수를 노심에 주입해 핵분열 연쇄 반응을 멈출 수 있다. 이 경우 제어봉이 들어 있는 원자로 아랫부분에서 노심에 물을 넣는 라인이 가동될지가 초점이다.
원자로의 냉각계통은 우선 냉각수를 순환시켜 노심의 열을 빼앗은 다음 온도가 올라간 냉각수를 다시 바닷물로 식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앞의 과정은 ECCS, 뒤의 과정은 필수냉각계통(ESW)이 맡고 있다. 하지만 ESW 펌프가 쓰나미의 영향으로 작은 그물을 뒤집어썼을 가능성이 높다. 펌프에 문제가 없더라도 모터에 바닷물이 들어갔다면 모터를 교체해야 한다.
3·4호기의 경우 조만간 외부 전력이 공급되면 주제어실을 움직이고 ECCS를 돌릴 예정이다. 5·6호기는 원자로 자체에는 원래부터 큰 문제가 없었다. 특히 6호기의 경우 비상용 디젤 발전기 1대가 회복돼 모두 2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5·6호기는 19일 사용후 연료봉 저장조의 냉각 기능이 회복됐다. 1∼4호기는 냉각수의 외부 투입으로 상황 악화를 막고 있다. 하지만 원자로의 연료봉 노출과 사용후 연료봉 보관 수조의 수위 저하에 따른 방사능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