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3호기 방수작전’ 성공한 소방대장 3인… “일본의 구세주 돼라” 가족 격려

입력 2011-03-20 18:25

“대원들의 사기는 매우 높았으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대원들(의 안전 확보 문제)이었습니다.” 10시간의 사투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냉각을 위한 방수(放水)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도쿄소방청 현장 지휘 책임자 3명은 19일 밤 도쿄시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공을 대원들에게 돌렸다.

사토 야스오(佐藤康雄·58) 총대장, 재난구조 전문인 ‘하이퍼 레스큐’의 도미오카 도요히코(富岡豊彦·47) 제6방면대 총괄대장과 다카야마 유키오(高山幸夫·54) 제8방면대 총괄대장 등은 “대단히 어렵고 위험한 임무였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어서 충족감에 안도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특히 도미오카 대장은 기자회견 중 눈물을 글썽이며 순간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도쿄소방대가 후쿠시마 현지에 투입된 18일 오후 5시5분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지진으로 냉각 기능을 상실한 원자로 중에서 방사성 물질을 대량 방출할 위험성이 가장 큰 3호기의 열을 식히기 위해 자위대 헬기가 바닷물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한 바로 그곳에 배치된 것이다.

성패는 그들의 어깨에 달렸었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사태 앞에서 대원들은 죽음을 각오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사토 총대장에 따르면 현지에 투입된 대원들은 본인이 동의한 사람만 선발했다. 대원들은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 가족에게 연락했다. 도미오카 대장이 “가족에게는 정말 미안하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현장에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돼 있었다. 다카야마 대장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방사선 공포가 엄습할 때 “믿고 기다리겠다” “일본의 구세주가 되어 달라” 등의 대원 가족들 문자 메시지들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원자로 격납건물 폭발로 파편이 가득한 장애물을 뚫고 19일 밤 0시30분에야 바닷물 방수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10시간 연속 방수가 이어졌다.

사토 총대장은 “방수 현장의 방사선량이 작전 직전에는 시간당 60마이크로시버트(μ㏜)였으나 방수가 끝난 뒤에는 제로에 가깝게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작전이 명중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원전 사태가 완전히 수습된 것은 아니지만 도쿄소방대원들의 노력은 두고두고 화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도쿄=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