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군사 개입] 카다피, 佛 공습 지역에 인간방패 내세우며 항전

입력 2011-03-20 21:43

국제사회 다국적군의 공습이 본격화화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 공습 중지를 호소하는가 하면,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우기도 했다.

◇두 얼굴의 카다피=카다피는 다국적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식민지화를 위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결사항전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19일(현지시간) 국영방송에 나와 “군사작전은 리비아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공격 행위이자 야만적이고 부당한 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국민들이 무장하도록 무기고를 개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의 지지를 요청했다. 앞서 카다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간섭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카다피는 막후에서 국제사회에 공습 자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일 “결의안 통과 후 리비아 총리가 전화를 걸어와 제발 공격을 막아달라고 간청했다”고 밝혔다. 알 바그다디 알리 알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는 “시민군에 대한 공격도 중단하겠다. 유엔 감시단을 보내 사실을 확인해도 좋다”고 반 총장에게 호소했다.

카다피는 결의안이 채택되자마자 모든 공격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벵가지 진격과 공격을 병행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다피 측은 “반정부세력이 공격을 해 와 자위권을 발동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카다피 군의 공격으로 최소 94명이 벵가지에서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주민 인간방패로 동원”=전력에서 열세인 카다피 측은 민간인을 방패로 사용하는 비인간적인 전략으로 다국적군의 공세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 리비아 국영방송은 19일 “프랑스가 공습목표로 설정한 곳으로 군중들이 집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공항과 카다피 관저 바브 알 아지지야, 군사시설이 모여 있는 트리폴리 복합단지 주변 등에 리비아인 수백명이 모여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당국은 평소 취재제한 구역인 복합단지에 이례적으로 외신기자들을 불러 지지자들이 운집한 모습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카다피 지지자들은 트리폴리와 시르테 등에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전 가능성도 있어=카다피가 끝까지 버틸 경우 리비아사태는 장기화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유엔의 이번 결의에는 정권교체나 외국군 주둔에 관한 규정이 명확히 없다.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낮다. 카다피가 공습 이후 유화적으로 나오면 국제사회가 그를 몰아낼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