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군사 개입] 佛·英 주도 美 지원… ‘리비아 방공망 무력화’ 1차 목표

입력 2011-03-21 00:46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은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모양새다. 다국적군은 일단 리비아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 친·반정부 세력 간 내전 양상을 지켜보면서 추가 작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방공망 무력화에 초점=다국적군은 19일 오후부터 20일(현지시간)까지 공군기지와 비행장 등 리비아 내 방공시설을 공습했다. 군사작전 감행의 근거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결의인 만큼 그 범위를 크게 넘지 않았다.

리비아 정부군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방송은 벵가지 남서쪽에서 정부군 탱크 4대가 프랑스 전투기의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전했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카다피군이 벵가지로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측은 병원 등 민간시설이 공격당했으며, 민간인 200명 이상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군사작전은=군사작전이 카다피가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펼쳐지느냐가 관건이다. 다국적군은 이번 작전의 목표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국한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주요국 회의 뒤 “카다피군이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격을 그치면 군사행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중해에 모인 대규모 다국적군 병력이 카다피가 물러나기 전 철수하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 군사작전은 결국 카다피 축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멀린 합참의장도 “어느 시점이 되면 카다피가 그 자신의 미래에 관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중해에는 20일 프랑스 남부 툴롱항을 출발한 항공모함 샤를드골호를 비롯해 전함 20여척과 각국의 최신예 전투기가 대기 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28개 동맹국 군사대표단과 대사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군사작전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군사작전 왜 서둘렀나=반정부 세력의 중심인 벵가지시가 카다피 친위군에 의해 함락될 위기에 몰리면서 국제사회 움직임도 빨라졌다.

카다피는 유엔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휴전을 선언했으나 19일 새벽 태도를 바꿔 벵가지를 공격했다. 반정부 세력은 리비아 정부군의 화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유엔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국가의 대표 22명이 군사작전에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사르코지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따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분쟁 지역 개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엔 프랑스 영국과 공동 작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 반응 엇갈려=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외무부는 각각 군사작전에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을 냈다. 아프리카 53개 나라가 참여하는 아프리카연합(AU)은 “리비아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랍국가 가운데 이라크 카타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주요국 회의에 참석해 군사행동을 지지했다. 하지만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아랍연맹(AL)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막상 공습이 펼쳐지자 “목표했던 바가 아니다”라며 다국적군을 비판했다.

파리 회의에 참석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서방이 리비아의 유혈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지만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