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간 총리 거국내각 무산… 일부 각료 입각 제의 자민당서 거부

입력 2011-03-20 22:05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제1야당인 자민당이 참여하는 거국적 위기관리내각안(案)을 내놓았으나 거부당했다.

간 총리는 19일 오전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에게 “재해 복구에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꼭 협력해 달라. 부총재 겸 지진부흥담당 대신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회담을 제안했다. 거국내각 제안으로 야당과의 연립정권을 통해서라도 정권을 계속 이끌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지진 발생 전부터 내각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총리 교체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다니가키 총재는 일단 “너무나 당돌한 제안”이라며 답변을 유보했고, 같은 날 열린 자민당 긴급임원회의는 전원 일치로 간 총리 제안을 일축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지진복구에 관해서는 적극 돕겠다”는 메시지를 간 총리에 전하고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내각을 새로 짜기보다 피해자 지원, 원자력발전소 문제 해결에 전력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간 총리의 행보와 재해 대응에 대한 불만이 터지고 있다. 간 총리의 제안은 민주당 내부와 전혀 상의하지 않은 독단적 행보였기 때문이다. 다니가키 총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이른바 대연립을 당 수뇌끼리 적당히 결정해 톱다운 식으로 밀고 가자는 건 용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민주당 대표 역임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은 지진복구에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조로 간 총리를 몰아세웠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起夫) 전 총리도 정부의 정보공개에 불만을 피력했다.

간 총리는 다시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에게 입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 총리에 대해 ‘재해의 정치이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간 총리의 거국내각 제안으로 지진피해 복구 이전에 민주당 정권의 불안정 문제가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