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프로그램 붐 이유… 투명한 경쟁·영웅의 탄생, 시청자는 열광한다
입력 2011-03-20 17:38
방송가에 ‘서바이벌 열풍’이 불고 있다. 일반인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정상급 가수들끼리 가창력을 겨루게 해 ‘꼴찌’를 퇴출시키는 프로그램도 방송 중이다.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투명한 경쟁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단순히 ‘영웅’의 탄생을 바라는 대중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근래 방송됐거나, 방송 또는 준비 중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10개 가까이 된다. MBC에서만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신입사원’ 등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SBS는 오는 6월 연기자를 공개 채용하는 ‘기적의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 KBS는 지난해 ‘남자의 자격-하모니편’ 초기에 오디션 형식을 가미해 재미를 봤다. 이 밖에 Mnet(슈퍼스타K 3), tvN(코리아 갓 탤런트, 오페스트라), 온스타일(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3) 등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방송 중이다.
참가 열기도 뜨겁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의 도화선 역할을 한 ‘슈퍼스타K’의 경우 올해 방송될 ‘슈퍼스타K 3’ 접수가 시작된 지난 10일, 하루만에 4만7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마감시한이 6월 말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2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시청률 면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슈퍼스타K 2’는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18.1%)을 기록했다. 금요일 밤 9시55분에 방송되는 ‘위대한 탄생’은 매주 동시간대 1위다. MBC ‘우리들의 일밤’은 지난 6일 ‘나는 가수다’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두 배 정도 뛰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슈퍼스타K’의 김용범 CP는 “경쟁을 통해 당락이 결정되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며 “슈퍼스타K의 성공은 불공정한 경쟁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간접적으로라도 경쟁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슈퍼스타K를 보면 우승자 허각 외에도 존박, 장재인 등 결선에 올랐던 참가자 상당수가 관심을 끌었고 가수로 데뷔했다”며 “1등만 주목받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영웅’을 원하는 대중들의 심리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근본 이유라는 분석도 많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방송은 오디션 지원자의 사생활, 아픈 상처 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참가자들이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신데렐라의 탄생에 공감하고, 나아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며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다. 황 교수는 “대중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원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보다는 진정한 영웅의 탄생”이라고 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실제와는 달리) 우리 사회에 공정한 경쟁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우리 사회 권력의 알리바이’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