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가 국영수만 가르치는 곳인가

입력 2011-03-20 17:50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학교 자율로 과목별 수업시수의 20%를 증감할 수 있게 한 2009교육과정을 올 새 학기부터 적용해 보니 주요과목 편중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수업부담을 줄이라고 주어진 자율이 당초 목적과 달리 국영수 과목을 늘리는 데 사용되고 만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발표한 전국 중학교 교과편성 현황에서 드러났다. 조사에서 드러난 특징은 두 가지다. 먼저 학교마다 한결같이 국영수 과목을 늘렸다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전체의 71.3%가, 수학은 51.7%가 그랬다. 이러다 보니 한문, 도덕, 사회·역사, 과학, 음악·미술 등의 과목이 희생됐다. 다음으로 초등학교도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국어는 1학년 52.1%, 2학년 45.8%, 수학은 1학년 49.7%, 2학년 53.9%가 수업을 늘린 반면 ‘바른생활’과 ‘슬기로운생활’ 시간이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학교와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정을 바꾸면서 학생들의 수업부담경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일선학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자율권을 반납한 것이나 다름없다. 교과부도 우리 교육환경에 비추어 이 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또다시 교육과정을 손 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애꿎은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교과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제도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전인교육을 놓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영수 교육에 치중할 경우 선택과목과 예체능 등 비인기 과목의 수업을 유지할 수 없어 교육과정의 파행은 불가피하다. 유념할 것은 소설 ‘해리포터’의 부가가치가 삼성반도체를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미래의 창의력 있는 인재로 키우는 데 정책목표를 집중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가는 나이인 만큼 전인교육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