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운찬 위원장 사퇴 발언 경솔하다
입력 2011-03-20 17:48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부터 초과이익공유제 구상을 비판받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18일 주무 부처 장관이 자신의 구상에 대해 거듭 반대하는 것을 문제 삼아 “나보고 일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에 “인력도 없고 예산도 없다”며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동반성장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위원회의 정책 동반자여야 할 정부 주무 부처와 갈등을 빚는 모습이다.
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가 기업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성과를 배분하는 개념이어서 기업 간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애초에 틀린 개념이니 더는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 비판의 내용보다도 경제학자 출신 전직 총리의 구상을 한마디로 잘라버린 기세에 정 위원장이 분개한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은 “위원장은 개인 생각이 아니라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구성원의 합의가 안 된 개념을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초과이익공유제 개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를 제기한 방식에 대한 최 장관의 지적은 옳다. 정 위원장을 임명한 청와대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 위원장의 사퇴 검토 발언에는 청와대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퇴까지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초과이익공유제를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먼저 24명으로 이뤄진 위원회 내부의 합의를 얻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마땅히 해야 할 절차를 생략한 채 임명권자에게 자신과 최 장관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총리까지 지낸 공직 경험자로서 경솔해 보인다.
항간에서는 정 위원장 사퇴 발언에 대해 4·27 분당을 보궐선거와 관련해 정치적 강수를 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떤 경우라도 절차를 무시하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