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영범] 동반성장과 대기업의 진정성

입력 2011-03-20 17:56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 제안은 대기업이 연초에 설정한 이익목표를 초과하여 실현한 이익에 대해서 협력 중소기업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고, 동반성장 차원에서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재계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내가 어려서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에서도 경제학 공부를 했는데 그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정 위원장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후 서울대 총장까지 한 정 위원장에 대해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모인 전경련 회의에서 이 회장의 작심한 듯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에 대기업들은 공감을 넘어서 속이 후련한 듯하다. 사실 정부의 동반성장정책 기조 하에서 최근 대기업들의 속내는 매우 불편하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뿐 아니라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하도급법에 따르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했을 때 법적 배상을 3배수까지 물리고(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원하청업자 간에 하도급 대금 감액이 논란이 되었을 때 원사업자가 입증책임을 진다.

같은 날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제3자에게 회사 자산을 넘길 때 재적이사 3분의 2이상의 승인, 그리고 이사의 배우자 등과 거래시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하도급법은 위헌소지가 있고, 상법 개정에 따라 입법취지와 무관하게 소송 등이 남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재계는 하도급법과 상법 개정이 1년 뒤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철강 등의 분야에서 세계 유수의 초일류기업을 이룩하여 나라 발전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최근의 상황을 단순히 좌파적 발상이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평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하는 계기로 활용하여야 한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필자는 취지에는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 협력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근절되지 않는 듯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의 유용문제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도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고 우리 대기업들이 이미 기술적으로 상당히 접근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사회문제화된 것은 이미 과거의 이야기이다.

대기업 고용인원이 줄어들면서 강력한 노조의 압력에 밀려서 된 측면이 있지만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이나 동반성장은 사회적 압력이나 법제도로는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정부 개입이나 통제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사회 불균형은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을 허무는 사회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1차적인 경제관계인 협력회사 관계에서 상생의 진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력 중소기업들과 상생할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도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서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대기업의 역할을 모색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