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임신과 출산] 500g 미숙아도 정상아 만드는 첨단의술

입력 2011-03-20 17:24


(下) 조기 출산 미숙아의 합병증 관리

가수 노유민씨는 최근 공중파 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 “지난해 재태(在胎) 6개월 만에 첫딸 노아를 얻었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눈앞이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몸무게가 1㎏도 안 돼, 자신의 한 손 크기만 했던 딸이 인큐베이터(조산아나 장애 신생아를 위한 인공 보육기) 안에서 100일을 넘기고 이제는 젖병 빠는 훈련을 할 정도로 큰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말해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고령 임신과 다태(多胎) 임신 등으로 조산아(미숙아)와 출생체중 2.5㎏ 미만의 저체중 신생아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정상아로 보육하는 의료기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생명을 지키기조차 어려웠던 출생체중 500g 안팎의 미숙아가 의료진의 도움으로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 위험을 거뜬히 극복하고 정상아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숙아란 정상 재태 기간 40주(10개월)를 다 채우지 못하고 37주 미만에 출생한 신생아를 가리킨다. 재태 기간과 상관없이 위화감을 주는 미숙아란 용어 대신 출생체중이 2.5㎏ 미만일 때 ‘저체중아’, 1.5㎏ 미만일 때 ‘극소 저체중아’, 1㎏ 미만일 때를 ‘초극소 저체중아’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미숙아 탄생의 가장 큰 원인은 만삭 재태 기간 40주를 채우지 못하고 37주 미만의 시기에 출산을 하게 되는 조산이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프로그램을 통한 다태 임신, 태반이 자궁 출구에 매우 근접해 있거나 출구를 덮는 전치태반, 정상적으로 태아가 출산되기 전에 태반이 먼저 떨어지는 태반조기박리, 태반기 능부전 등 태반의 이상이 조산을 유발한다. 자궁 입구가 약해 태반을 떠받치지 못하는 자궁경부무력증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 이밖에 임신중독증, 산전 감염, 조기 양막파수, 양수과다증 등도 조산 위험이 높다.

미숙아의 문제는 모든 장기가 완전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엄마의 자궁 속에 머문 주수(재태 기간)가 짧을수록, 출생 시 몸무게가 적을수록 합병증을 겪을 위험성도 커진다.

예컨대 1.5㎏ 미만 극소 및 초극소 저체중아는 만삭 출생 2.5㎏ 이상 정상 체중 신생아에 비해 체온조절기능이 약해 저체온증에 빠지기 쉽다. 또 뼈와 폐가 충분히 발달돼 있지 않아 치명적인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을 겪을 위험도 크다. 동맥관이 늦게 닫히는 등 심장 이상으로 심부전과 폐부종, 폐출혈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뇌실 내 출혈 또는 두개골 내 출혈은 물론 뇌혈류 감소로 인한 백질연화증도 흔히 나타난다. 초기엔 별 다른 증상이 없다가 영유아기에 뇌성마비와 정신지체 증상을 유발하는 병이다. 위장관 성장이 더딘데다 입으로 빠는 힘이 약해 젖을 먹이지 못하고 튜브 또는 정맥주사를 통해 장기간 영양공급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경우 발육 과정의 망막혈관이 손상돼 ‘미숙아망막증’을 합병,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결국 미숙아는 말 그대로 만삭 출산 정상아에 비해 신체 기능면에서 거의 모든 게 불완전한 상태라는 얘기다. 미숙아들이 대부분 출생과 동시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 집중치료를 받고 생명의 위기를 넘긴 다음에도 한동안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숙아를 섣불리 포기하는 것은 절대 금물. 신생아 집중치료 의술의 발달로 정상아로 키울 수 있는 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내 각 종합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과 소아청소년과에서 운영하는 미숙아클리닉이 바로 그곳이다.

특히 한림대 의대 성태정 교수팀이 이끄는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미숙아클리닉과 신생아중환자실은 충분한 상담과 진료를 통해 보호자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모두 꼼꼼히 챙기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출생체중 1㎏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아에 대한 성 교수팀의 생존율은 무려 76%로, 다른 병원의 평균 생존율(62%)보다 무려 14% 포인트나 웃돈다. 성 교수는 “40주를 다 채우고 출산한 산모도 아기의 출생체중이 2.5㎏에 못 미칠 경우(부당 경량아) 미숙아와 비슷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