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생존자 박연수 대위·김수길 상사 “의혹 제기 땐 억장 무너져”
입력 2011-03-18 22:33
“이제는 동료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조국 영해를 우리가 대신 지킨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18일 만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생존 장병 박연수(28·해군사관후보생 101기) 대위와 김수길(37·해군부사관 114기) 상사는 한목소리로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위와 김 상사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단 한순간도 당시를 잊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26일 오후 9시22분 해군 초계함 천안함(1200t급)이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을 받았을 당시 박 대위는 천안함의 작전을 관할하는 작전관으로, 김 상사는 어뢰나 잠수함의 접근을 탐지하는 전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사건 이후 그들은 목숨을 잃은 동료 46명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최선을 다해 왔다. 그러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김 상사는 “목숨을 바친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많이 괴로웠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렇게 부두에 내려와 함정 옆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을 더 힘겹게 만든 것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무성한 의혹들이었다. 박 대위와 김 상사는 “왜곡된 이야기를 접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가까운 친지들마저 “북한의 소행이 정말 맞느냐”고 물어올 때는 억장이 무너졌다. 박 대위는 “아직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더 아프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현재 박 대위는 2함대사령부 2기지전대 인사참모로, 김 상사는 2함대사령부 전비전대 교육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아직은 천안함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어 함정 근무를 지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가 나으면 해상 근무를 다시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위는 “천안함 폭침으로 목숨을 잃은 전우들이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면서 “몸과 마음이 다 나으면 그들이 남긴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택=최현수 군사전문기자